[방송]MBC '가요콘서트' 100회 맞아 80분 특집으로 꾸며

  • 입력 2000년 7월 27일 18시 59분


28일로 꼭 100회를 맞는 MBC의 ‘가요콘서트’(금요일 오전 11시5분)는 전형적인 ‘아날로그’ 프로그램이다.

‘태생’부터 그렇다. 이 프로그램은 IMF관리체제가 한창이던 98년 1월, 어깨가 더욱 쳐진 이 땅의 40, 50대 ‘아날로그 가장(家長)’들을 위해 생겨났다.

립싱크를 해도 춤만 잘추면 열광하는 10대들의 쇼무대와 달리 트로트로 꾸며지는 ‘가요콘서트’에서는 아직도 외모나 춤이 아닌, 감칠나고 구성진 노래실력이 우선이다.

매주 녹화장을 찾는 방청객중에는 중년의 샐러리맨도 꽤 눈에 띈다. 이들을 위해 녹화시간도 아예 퇴근 이후인 저녁 7시반부터 시작한다.

춘천 야외무대에서 마련된 100회 특집은 평소보다 30분 늘어난 80분으로 꾸며졌다. 이 무대에는 ‘트로트 4인방’으로 불리는 현철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와 배일호 현숙 이자연 등이 나와 신명나는 트로트 한마당을 펼친다.

‘가요콘서트’가 자랑하는 인기 코너는 ‘신봉봉사중창단’의 메들리공연. 그 옛날 ‘봉봉사중창단’의 이름을 따 편승엽 김상배 현당 조항조 등 40대 트로트가수 4명이 뭉쳐 인기곡을 메들리로 들려준다.

100회 특집에서 신봉봉사중창단은 ‘댄스가수’로 변신, ‘꿍따리 샤바라’ ‘DJ DOC와 함께 춤을’ 등 까마득한 후배들의 댄스곡을 불렀다. 랩을 따라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춤은 더 어려워 이들은 3일동안 꼬박 연습장에서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노래라면 자신있는 이들이지만 춤을 추며 부르는 것은 버거웠던지 이번 무대에서는 처음으로 ‘립싱크’를 했다.

100회 특집의 흠은 방영시간. 저녁에 녹화한 100회 특집은 밤하늘에 불꽃놀이가 화려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끝을 맺는다. TV를 끄고 잠자리에 들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지만 이를 벌건 대낮에 봐야 할 시청자들은 곤혹스러울 것 같다.

‘가요콘서트’는 원래 자정이 넘은 시간대에 방영됐다. 그러나 올 봄부터 ‘야밤 채팅’을 즐기는 네티즌들을 겨냥한 프로그램 ‘사이버월드 웹투나잇’에 밀려나 오전으로 옮겨졌다.

옹색하게 아침시간 한구석을 차지한 채 100회를 맞은 이 프로그램은 어쩌면 ‘디지털세대’에 밀려 설 땅을 잃어가는 ‘아날로그세대’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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