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자 이용불가'라는 붉은 라벨이 붙은 'THE LIFE... DOC BLUES 5%'를 들은 지도 한 달이 넘었습니다. 법대로라면(?) 연소자들은 구입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음반협회에서 발표한 상반기 음반판매실적에서 DOC의 음반이 32만2천134장이나 팔려나갔고 신나라 레코드에서 제공하는 가요차트에서도 3주 연속 1위를 지키고 있군요. 이만하면 금의환향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하늘님의 눈부신 성공도 공중파 방송을 통해서는 확인하기 힘듭니다. 경인방송을 제외한 나머지 3사의 가요순위에서는 DOC의 첫 번째 싱글 "Run to you"가 30위권 밖이거나 아예 50위 안에도 들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저마다 음반판매를 가장 중요한 선정 기준으로 삼는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10위 안에 드는 노래들은 음반판매량이 DOC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면서도 해변으로 가자고 부르짖는 댄스곡뿐입니다.
하늘님은 물론 '씨바라 집어쳐라 닥쳐라 좆 까라 까라 저리 꺼져라'며 넘어가겠지만, 저는 아직도 공중파가, 하늘님이
DOC의 이번 음반은 크게 두 가지 성향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기자, 경찰, 사랑타령만 하는 가수들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지요. 공중파에서 하늘님의 삐딱한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도 소위 성역(?)을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는 노래하면 안되는 것, 쓰면 안되는 것, 그리면 안되는 것들이 왜 이다지도 많을까요?
또 하나는, 제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훨씬 감동적입니다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한 예술가로 살아가는 고통과 번민의 나날들이 형상화되어 있지요. 일찍이 보들레르나 고흐를 통해 잘 알려진, 그 가난한 예술가들의 자기 고백이 시나 그림이 아닌 DOC의 음악 속에 절절이 묻어나옵니다. 김남주의 시에 기대어 관념으로 진보를 노래하는 안치환과도 다르고 정신없이 '말달리'며 대한민국을 유치찬란하게 '유랑'해보자는 땅콩들의 울부짖음(크라잉넛)과도 다릅니다.
하늘님의 랩에는 6개월마다 유행을 창출하지 않으면 도태되고마는 대중음악판에서 시간을 견디며 이렇게 사는 것에 대한 자의식이 있지요. '보다 멀리 뛰기 위해 잠시 움츠리고 있는 개구리'로 스스로를 위로하다가도 '세상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지 내 인생은 왜 이러지' 낙담합니다. 그 불안과 절망 사이로 어서 빨리 복귀하려는 충동이 일지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문학판에서도 3개월마다 반복되는 계간지 시스템으로부터 탈피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지요.
부와 명예와 기쁨으로부터 뒤돌아서기.
하늘님도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DOC는 다시 기로에 섰습니다. <부익부 빈익빈>으로 갈라진 천민자본주의에 짓눌려 불행해진 예술가의 자의식을 갖고 어디로 튈 작정이신지요? 서른 살 가까이에도 랩을 하는 까닭이 무엇인지요? 무엇으로부터 자극 받고 무엇으로 대중을 위로할 계획이신지요? 타인을 향한 분노와 자신을 향한 연민은 어디에서 만나 화해의 악수를 나눌런지요? 그리고 또 이번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을 견딜 수 있을까요?
6집이 기다려집니다. 어리석은 질문들을 한 방에 하늘 높이 날릴 비밀병기를 보여주세요.
소설가 김탁환(건양대 교수) tagtag@kytis.ko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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