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프로그램의 경우 방영 한달쯤 지나서 서울 종로에 나가보면 성공여부를 바로 알 수 있다는 것이 방송가의 통설. 어린이 프로그램이 ‘뜨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바로미터는 시청률이 아니라 ‘불법 복제 인형’이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텔레토비’도 시청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을 때 이미 종로에 불법 텔레토비 인형이 쫙 깔렸었다.
아직 길거리에는 ‘수수께끼 블루’의 주인공 ‘블루’가 등장하진 않았지만 이미 PC통신 등에서는 방영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보여왔다.
하이텔 주부동호회의 게시판에는 지난달 “한다, 안한다 애태우던 ‘블루스 클루’가 드디어 KBS에서 ‘수수께끼 블루’라는 이름으로 방영이 된다”는 글이 뜨자 다른 글보다 두배 이상 많은 179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방영후에도 진행자에 대한 의견이나 시청소감 등 수수께끼 블루에 관한 글은 대부분 조회수가 100건을 넘어서 이 프로그램에 대한 엄마들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수수께끼 블루’는 시작과 끝 부분을 제외하고는 똑같은 내용을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간 되풀이해 방영하는 독특한 프로그램. 3∼6세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반복 학습 효과’를 겨냥한 것. 이 때문에 초기에는 영문을 모르는 시청자들로부터 “왜 매일 재방송을 하느냐”는 항의전화도 빗발쳤다.
‘수수께끼 블루’는 미 바이어컴 소유의 케이블TV인 니켈로디온에서 96년 방영되기 시작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 원제는 ‘The Blue’s Clues’. ‘블루’라는 이름의 강아지가 남긴 세 개의 발자국을 따라가며 블루가 원하는 것을 추리해내는 내용.
이 프로그램의 ‘경쟁 채널’은 엉뚱하게도 AFKN. AFKN에서도 주2회 방영되고 있는 ‘수수께끼 블루’는 쉽고 반복적인 내용 때문에 KBS 방영전부터 조기 영어교육을 시키려는 엄마들의 ‘교재’로 인기를 끌고 있었던 것. 이 때문에 KBS에도 “수수께끼 블루를 영어로 틀어줄 수 없느냐”는 문의도 심심찮게 들어오고 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