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방영하는 KBS 2TV의 ‘드라마시티―숨비소리’(밤 11시)는 희망 상실의 시대에 희망을 찾아나서는, 단순하지만 가슴저미는 이야기다. 사나운 운명을 겪은 여인 빌레(김지영)와 손녀 유정(추상미)의 여행을 통해 고달픈 인생사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찾아간다.
‘숨비소리’는 해녀들이 깊은 바닷속에서 물질을 하다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내쉴 때 나는 소리다. 폐속에 압축된 공기를 수면 위에서 내뿜기 때문에 휘파람과 비슷한 소리가 나며 고달픈 수중 물질에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안도의 ‘날숨’이기도 하다.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다. 해녀였던 빌레(김지영)는 결혼을 앞둔 손녀 유정(추상미)에게 세상 어딘가에 아름다운 희망과 사랑이 숨겨져 있음을 전해주고 싶어 함께 바다로 여행을 떠난다.
빌레는 난봉꾼 남편에게 속아 멍텅구리 배에 팔려 온갖 고초를 당한다. 빌레는 험난한 생활속에서 지만(최재성)을 만나 위안을 찾는다. 지만은 빌레에게 바닷속에 숨겨둔 보석 준지(전복에서 나는 진주로 산삼과 비슷한 가격)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빌레는 준지를 찾았으나 산소통 이상으로 생명이 위태로울 지경에 처한다. 지만은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빌레를 구하고 자신은 바다속으로 가라앉는다. 지만은 빌레의 평생을 지탱해온 꿈이자 희망을 줬던 셈이다.
‘숨비소리’는 수중 촬영 장면이 10여분간이나 된다. 방송 드라마에서 이만한 분량의 수중 신은 드물다. 신창석 PD는 이를 위해 울릉도와 제주도 앞바다, 서울 코엑스의 아쿠아리움에서도 수십 시간을 촬영했다. 그는 “새파랗고 투명한 바다야말로 희망이 똬리를 틀고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바다를 소재로 작품화한 것도 그런 이유.
수중 촬영 때에는 추상미와 최재성이 온갖 위험을 무릅썼다. 추상미는 울릉도 바다에서 최재성과 한 호흡기로 번갈아 숨쉬며 올라오는 대목에서 호흡을 맞추지 못해 거의 기절 직전까지 갔었고 촬영진은 이를 연기인줄 알고 계속 찍다가 일을 낼 뻔하기도 했다. 또 아쿠아리움의 상어떼 사이에서 촬영하기 위해 각서까지 쓰고 들어갔다고.
신 PD는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도 희망은 어딘가에 있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