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김희선 파동의 본질은 ‘누드’ 자체가 아니다. 노출이 과한 사진을 강제로 찍었는가 아닌가를 다투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권 침해 여부와 관련된 사안이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은 한마디로 ‘김희선도 누드를?’이다. ‘비천무’에서도 러브신을 보여주지 않았던 조신한 배우가 말이다.
D〓‘누드’ 자체가 문제가 되나. 그게 예술의 한 방식이란 것은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몇 페이지만 봐도 아는 것 아닌가.
C〓사진집 시리즈를 내는 김영사는 대의를 내세운다. 우리나라에도 사진출판 문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 달전 아프리카 사진집을 냈지만 별 호응이 없었다. 김희선을 두 번째 사진집의 테마로 택한 데에는 이런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B〓예술과 상업성의 결합 시도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D〓91년 미야자와 리에, 93년 유연실, 96년 박진영, 99년 서갑숙…. 잊혀질만하면 등장하는 것, 연예인 누드사진이 상업성을 강하게 띠는 것은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예술행위 자체도 살기 위한 것 아닌가. 극단적인 예가 일본이다. 누드집이 신출내기 여자 연예인의 마케팅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A〓당초 누드화나 누드사진은 몸의 아름다움을 구성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르로 출발했다. 따라서 누구의 몸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누드사진을 예술사진의 한 장르로 자리잡게 한 에드워드 웨스턴의 작품을 보면 모델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
C〓만약 모델이 유명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보다 고전적 의미에서 ‘예술적으로’ 감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예인은 미끈한 몸에 대한 관음증부터 작동시킨다.
A〓누드를 싸잡아서 매도하긴 곤란하다. 미술사가인 케네스 클락은 ‘누드’를 ‘네이키드’(naked)와 구분한다. 네이키드는 ‘벗은’ 몸이고 누드는 몸 자체다. 클락은 누드는 “움추린 무방비의 신체가 아니라 건강하고 균형잡힌 신체, 즉 정밀하게 재구성된 육체의 이미지다”고 정의했다.
B〓누드는 삶에 대한 갈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체코 출신의 사진작가 얀 사우덱의 작품을 보자. 아저씨의 뚱뚱한 배나, 할머니의 늘어진 가슴 등 평범한 마을 사람들의 누드를 찍은 게 많다. 누드의 주인공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이 느껴지지 않는가.
D〓여자 연예인들이 누드집을 낸다고 하면 사람들은 노골적인 성의 상품화를 기대하는 심리가 있다. 전통적인 윤리가 몸의 드러냄을 억압해 왔다. 따라서 이같은 기대심리를 합리화시킬 포장술이 필요하다. 바로 ‘예술’이다.
A〓상당히 편향된 인식이다. 연예인 사진집을 성의 상품화를 위한 노골적인 마케팅으로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 미야자와 리에의 사진집 ‘산타페’는 시노야마라는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이었다. 거창하게는 90년대초 몸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 중요한 계기로도 볼 수 있다.
C〓큰 맥락에서는 맞는 말이다. 당시 프랑스의 메를로 퐁티에 뿌리를 둔 ‘몸’ 담론이 세계적으로 부상했다. 그 뒤부터 칸트나 헤겔처럼 ‘몸’을 빼놓고 인간을 말할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D〓그렇다면 싸구려 누드와 예술 누드의 변별점이 있을까. ‘차가운’ 누드와 ‘뜨거운’ 누드를 구분할 수 없나.
B〓유명 패션잡지의 사진부장도 딱 부러진 구분법은 없다고 하더라. 모델의 몸매가 예쁘고 안 예쁘고 문제가 아니다, 보는 사람에 달린 것이다고 보더라.
A〓영화에서도 ‘외설물’에 대한 법원 판례도 비슷하다. ‘보는 이의 성적인 수치심을 자극하는가’ 여부가 기준이다.
D〓얼마나 살이 보여지느냐로 누드와 네이키드를 가르는 것은 넌센스다.
A〓하지만 ‘살’의 노출정도가 세인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상영 중인 영화 ‘미인’이 상영 2주만에 개봉관이 13개로 늘었다. 인기 이유는 ‘야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여주인공 몸매가 죽인다’는 소문이 일찍부터 돌았다. 하지만 몇몇 관객은 “대단히 관념적인 영화”라고도 평한다.
B〓작가의 진지함도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그렇게 오해를 받으면서도 누드 작품을 만들려 할까.
A〓‘화혼(畵混)’이란 중국영화는 인간의 몸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 20세기초 중국 몰락기에 화가역을 맡은 주인공 궁리(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