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교양을 갖춘 점잖은 유머는 성에 차지 않는 듯 성과 배설에 대한 외설적 개그를 스크린에 펼쳐놓는 이들의 코미디에 관객들은 포복절도로 응답하지만, 평단은 불쾌함을 감추지 않는다.
그래도 이들의 영화는 숱한 아류작을 낳았으며 ‘메리에겐∼’은 98년 미국 개봉작 중 네 번째로 많은 수입을 거뒀고 ‘올해의 코미디’에 선정되기도 했다. 짐 캐리가 주연한 ‘미, 마이셀프 앤 아이린’(9일 개봉)도 이들의 트레이드 마크가 고스란히 담긴 코미디.
남들이 뭐라건 지저분하고 황당한 폭소탄을 계속 쏴대는 이 유별난 형제 감독을 e메일로 인터뷰했다.
―당신들의 유머를 불쾌해 하는 관객도 많다.
“그래서 개봉전 5, 6번씩 테스트 시사회를 한다. 예컨대 ‘덤 앤 더머’ 테스트 시사 때 얼굴에 눈덩이를 맞은 로렌 홀리가 코피를 흘리는 장면에서 웃음이 딱 멈췄다. 진짜 다쳤다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컴퓨터그래픽으로 피를 다 지웠다. 관객이 좋아하지 않는 장면은 없앤다. ‘미, 마이셀프 앤 아이린’의 몇 장면도 관객들이 웃지 않았다면 없앴을 거다.”(바비)
―진지한 영화를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만들고 싶어진다면! 단지 ‘우리도 진지한 영화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하지는 않겠다. 아직은 사람들을 웃기는 영화를 만드는 게 더 즐겁다.”(피터)
―좋아하는 영화는?
“가끔은 전혀 웃기지 않게 만든 영화들이 더 웃긴다. 폴 버호벤의 ‘쇼걸’을 여러 번 봤는데 어떤 코미디보다 재미있다. 완전히 난리법석인 영화니까. 혹시 ‘딥 블루 씨’를 봤나? 한 번 웃긴 쪽으로만 그 영화를 보기 바란다. 정말 재미있다.”(피터)
―세계 최초로 둥근 비치 타월을 발명했다던데….
“대학 졸업후 우린 형편없는 세일즈맨이었다. 어느날 해변에서 해가 움직이니까 아가씨들이 일어나 비치 타월을 옮기는 것을 보고, 아예 크고 둥근 타월을 만들어 그 위를 굴러다니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백만장자를 꿈꾸며 캘리포니아로 떠났지만 1년뒤 빈털터리가 됐다. 사람들이 타월 옮기기를 별로 귀찮아하지 않았던 게 문제다.”(바비)
―형제 감독이라서 좋은 점은?
“비전을 보호하며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스튜디오에 가면 ‘안된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우린 둘이라서 싸울 수 있다. 이렇게 좋은데, 왜 자매감독은 별로 없을까?”(피터)
―다음 영화는?
“기네스 팰트로가 주연하는 ‘Shallow Hell’을 준비 중이다. 우디 앨런과 짐 캐리가 샴쌍둥이로 나오는 ‘Stuck On You’는 차질이 생겨 중단됐다. 우디 앨런을 좋아하는데, 그가 ‘무슨 영화냐’고 묻길래 ‘당신과 짐 캐리가 샴쌍둥이인데 불행히도 짐 캐리가 대부분의 장기를 가져간다’고 하자 우디 앨런이 ‘그래서 내 몰골이 이렇구먼’하더라.”(피터)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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