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송속도가 200K가량인 LAN으로 접속해 150K를 선택했다. 화면 크기는 가로 9㎝, 세로 6㎝ 정도. 인터넷 영화 일반에 해당되는 문제점들이 우선 눈에 띈다. 동영상이 도중에 뚝뚝 끊긴다거나, 화면 사이즈가 작아 등장인물의 전신을 촬영한 장면에선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거나, 심도(深度)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인터넷 동영상 화면의 특성 때문에 밤 장면은 죄다 까맣게 뭉개져 보인다거나…. 김감독 스스로도 여러 차례 말한 문제이지만, 인터넷 상영 영화는 촬영 단계서부터 인터넷 화상의 특성을 감안해 제작될 필요가 있다.
그런 일반적 문제들을 제외한다면, ‘커밍 아웃’은 ‘반칙왕’ ‘조용한 가족’을 만들었던 김지운감독 특유의 유머가 잘 구사된 단편영화(상영시간 44분)다. 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음이 차단된 곳에서 본 게 아니었는데도, 이 영화의 황당한 유머는 끝까지 눈을 떼기 어렵게 만든다.
코미디와 호러, 에로틱한 은유가 뒤섞인 ‘커밍 아웃’은 온갖 형식과 내용의 짜깁기로 이뤄진 영화다. 제목으로 보아 주인공 여자가 동성애자임을 고백할 거라고 추측하기 쉽지만, 고백의 내용은 기상천외하고, 고백에 대한 동생의 반응, 고백이 진실인지를 실험해보는 장면 등은 웃음을 참기 어렵다. 평범한 상황에서도 엉뚱하고 천연덕스러운 대사나 반응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김감독의 재주는, 뚝뚝 끊기는 화면 등 인터넷 상영의 열악한 환경을 모두 뛰어넘는다.
‘커밍 아웃’이 돋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인터넷 영화가 대개 ‘아마추어 영화’라는 선입견을 불식시켰다는 점이다. 이게 가능해진 건 전적으로 김감독의 지명도와 역량 덕택. 단편영화로 출발했어도 일단 장편 극영화에 입문하면 어느 감독도 단편은 돌아다보지 않는 실정에서, 김감독이 문을 연 디지털 단편영화 프로젝트가 장, 단편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될 수 있을지 눈여겨 볼만 하다.
같은 사이트에 이달 중순부터는 ‘간첩 리철진’의 장진감독이 살인을 의뢰한 부부와 겁많은 킬러의 이야기를 그린 ‘극단적 하루’의 상영이 시작되며, 10월부터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주목받은 류승완 감독이 70년대 한국 액션영화의 분위기를 재연해 만든 ‘다찌마와 Lee’가 상영된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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