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5일 일본에서 크랭크인 한 이 영화는 현재 40%에 달하는 일본 로케이션 촬영을 모두 마쳤으며, 9월7일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촬영을 시작한다.
<정사>의 이재용 감독이 만드는 신작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진정한 의미의 한, 일 합작을 일궈낸 시발점 격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박철수 감독의 <가족시네마>,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등이 한, 일 합작으로 제작된 적은 있지만, 한국과 일본의 자본 및 인력, 배급이 총체적으로 결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의 시네마서비스와 일본의 쇼치쿠 영화사가 6대 4의 자본을 투자했으며, 일본 촬영분의 스태프 및 배우는 모두 현지 일본 영화인들이, 국내 촬영분은 모두 국내 영화인들이 담당한다.
덕분에 <순애보>의 주인공은 한국과 일본의 배우가 나란히 맡게 됐다. 동사무소 직원이자 인터넷에 푹 빠져 사는 남자 우인 역은 <정사> 때 이미 이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배우 이정재가 맡았으며, 죽음을 꿈꿀 만큼 고통스러운 삶을 연명하는 18세 재수생 아야 역은 일본 배우 다치바나 미사토가 맡아 열연했다.
<순애보>는 우연히 접속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국적을 초월한 교감을 나누는 두 남녀의 러브 판타지를 담은 영화. 둘 사이의 공통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삶의 이상향을 알래스카로 설정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이재용 감독을 비롯 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이정재, 다치바나 미사토 등이 참석했는데, 국내 언론은 특히 일본에서 온 이 조그마한 신인 여배우에게 큰 관심을 나타냈다.
그녀는 97년 일본에서 시세이도 화장품 모델로 데뷔해 현재 TV 스타로 활약중이며, 영화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용 감독은 다치바나 미사토에 대해 "신인답지 않게 노련한 연기를 선보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일본에서 촬영된 <순애보>의 일부 필름이 공개되어 많은 관심을 모았는데, "전체적인 이미지가 <정사>와 매우 흡사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지하철 바람을 맞으며 머리카락을 나부끼는 여자를 등장시킨 점이나, 비오는 정원의 풍경을 창문 안에서 잡아낸 신 등이 <정사>의 일부 장면과 매우 흡사한 구도로 촬영된 까닭이다.
<순애보>는 9월7,8일 한국에서 깜짝 촬영을 가진 후 알래스카로 날아가 영화 속 두 주인공이 꿈꾸는 이상적인 도시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아올 예정이다. 알래스카 촬영이 끝나면 한국에서 나머지 촬영을 재개하며, 10월 말 크랭크업해 내년 1월 개봉된다.
황희연 기자 <동아닷컴 기자> benot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