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많고, 그 인기를 좌지우지할만한 '스타급 얼굴'은 한정된 상황에서 방송사 프로듀서는 더 이상 예전의 강자가 아니다. 필요한 연기자라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아야할 정도로 스타와의 관계에서는 언제나 수세를 취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가, 전에는 볼 수 없던 묘한 풍경들이 요즘의 방송가에서는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최근 막을 내린 KBS 2TV 미니 시리즈
방송가나 영화가에서 흔히 '쫑파티'로 불리는 종영 자축연은 단순히 촬영이 끝난 후 제작진과 연기자가 저녁을 같이 하는 자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을 하면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갈등과 감정의 앙금을 술 한 잔에 풀고 서로의 노고를 칭찬하는 덕담을 나누며 힘들었던 여정을 마무리하는 자리. 그래서 제작에 참여한 연기자나 스태프라면 가능한 짧은 시간이라도 참석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더구나 이 드라마는 그동안 시청률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였던 KBS 미니 시리즈가 모처럼 10%대로 상승하는 계기를 만든 작품이다. 심령 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 때문에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스탭들이나 연기자 모두 실감나는 영상을 만드느라 다른 때보다 심한 고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CF 모델로 출발해 지난해 학교를 무대로 한 드라마를 통해 급부상한 그녀는 최근 영화촬영으로 바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촬영일정과 자축연이 겹쳐 못왔을 것이라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인기가 예상한 것만 못했고, 네티즌의 관심도 자신보다 조연급 연기자들에게 더 몰린 것에 대한 불만이 아니냐는 시각이 더 많다.
자기 주장 분명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신세대로서 당연히 할만한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 여름 뙤약볕에서 함께 고생했던 스탭들이나 선배 연기자들은 서운함이 남달랐던 것 같다.
"주연배우가 뒷풀이도 안오고 세상 참 좋아졌데요." 나중에 만난 한 제작진의 이 말 속에는 촬영 끝나자마자 매몰차게 안면을 돌리는 모습에 대한 서운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과거 방송사와 연기자, 연출자와 연기자가 마치 주종관계처럼 되어왔던 것이 결코 옳은 것은 아니다. 연기자들도 동등한 위치와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를 누려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배역이 기대만 못했다고, 함께 했던 동료들과 마지막 술 한잔을 나눌 여유마저 매정하게 외면하는 것이 과연 진정한 프로의 자세인지는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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