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방영을 앞둔 이 드라마는 주연 정민역을 맡은 탤런트 이훈이 5일 논산훈련소에 입대함에 따라 이미 촬영된 열흘 분량이 휴지통 신세가 됐다. 제작진은 이훈이 현역입영 대상자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별문제 없이 해결될 것”이라는 이훈의 말을 믿고 별 걱정을 안하다 날벼락를 맞은 셈이 됐다.
이훈은 지난달 29일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신혼주택자금 상환, 아내의 임신 등으로 가족생계를 책임질 사람이 없다”며 입영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그러나 소송은 기각됐고 병무청측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며 원칙을 고수, 이훈의 중도하차가 불가피해진 것. 제작진은 이에따라 5일 주연을 박용하로 전격교체하고 처음부터 재촬영에 들어갔다.
‘천사의 분노’가 재촬영하는 것은 이로서 세번째다. 당초 2일부터 방영예정이던 이 드라마는 지난달 26일에는 정민과 함께 드라마를 이끌어갈 준수역에 캐스팅됐던 김승수의 발목부상으로 방영이 2주나 연기됐다.
제작진은 계단에서 굴러 전치 3개월의 진단을 받은 김승수를 중도하차시키고 남성진으로 교체하면서 사흘분량의 촬영분을 포기하고 아예 처음부터 촬영을 다시 시작해야했던 것.
이에 앞서서는 당초 연출을 맡았던 최윤석PD와 고선희 작가간 제작방향에 대한 혼선으로 PD가 교체되는 홍역을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민과 준수 사이에서 삼각관계에 놓이는 은하역의 김남주는 똑같은 촬영을 세 번이나 반복해야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자 “제목을 ‘천사의 분노’가 아니라 ‘천사의 저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