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출행동과 감각적인 개성만이 주목받는 방송가에서 늘 한결 같은 모습으로 방송을 해온 그녀였다. 얼마 전 남북 이산가족 상봉 현장에서 그렁그렁 눈물어린 모습으로 방송을 했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프리랜서로 나섰다는 이야기는 놀라운 소식이었다.
지난 7일자로 사표가 수리된 이후에도 표면상 방송인 이금희의 일상에는 변한 것이 없다. 방송을 위해 여전히 아침이면 어김없이 KBS로 간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직장인으로 출근하던 길을 이제는 '방송 출연'을 하기 위해 간다는 점이 달라졌다고 할까?
오히려 프리랜서를 선언한 이후 그녀는 더욱 바빠졌다. 아나운서실에서 보직 차장으로서 담당했던 행정업무를 인수인계하랴, 사표의 진위와 안부를 묻는 측근들의 전화와 기자들의 취재의뢰까지 일일이 상대하면서 방송은 방송대로 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제 월급장이에서 '바우처'(출연료 명세표)를 받는 방송인으로 위치를 바꾼지 이틀이 된 이금희를 만났다.
-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기분이 어떠세요?
글쎄요, 처음에는 울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오래 다니기도 했고, 그동안 여러 프로그램을 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고, 추억도 많았기 때문에 감정이 격해질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담담하네요. 저도 뜻밖이에요.
- 그런데 프리랜서를 선언했음에도 전혀 '프리(free)'해 보이지 않네요. 여전히 바쁜 모습입니다.
오랫동안 다니던 곳을 그만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네요. 우선 제가 그동안 차장으로 맡아왔던 행정업무를 인수인계하느라 분주했어요. 또 앞으로 제 앞가림은 제가 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것도 있구요. 해온 일을 정리하고, 앞으로 할 일을 준비하는 것이 그렇게 분주하네요.
- 그러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께요. 왜 그만두셨습니까? 10년 넘게 다닌 방송사를 그만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텐데요?
사표를 결심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어요. 지난 여름부터 곰곰히 제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앞으로 장기적으로 삶을 설계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점에서 변화에 대해 고민을 했죠. 하지만 결심을 한 지는 그리 오래 돼지 않았어요. 한 달 정도나 됐을까요?
- 그래도 방송사라는 안정적인 조직 안에서 활동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요?
KBS에서 11년 8개월 동안 제가 아나운서로서 이만큼 자리잡았고, 알려졌으니까 덕을 많이 입었죠. 하지만 방송사에 근무하면서 뺏기는 시간이 아쉽더라구요. 저는 공부에 욕심이 많거든요. 방송과 공부를 병행하고 싶은데, 방송사에 적을 두고서는 한계가 있었어요. '혼자서 확 저질렀어요'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죠.
- 프리랜서로 나서면서 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있습니까?
당분간 지금 맡고 있던 <아침마당>과 라디오의 <이금희의 가요산책>을 계속 진행할 계획입니다. 타사의 프로그램은 저에게 제의가 오면 그때 가서 생각하려구요. 하지만 제가 어디가겠어요? 제가 갑자기 튀는 프로그램에 나가봐야 서로 맞지도 안구요, 시청자들도 보기 거북할 거예요. 그냥 제가 그동안 하던 프로그램과 비슷한 형식의 것을 맡고 싶어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라디오에서 했던 것처럼 음악토크쇼 같은 것을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 이제 직장인에서 '독립군'으로 나섰는데, 가장 먼저 무엇부터 시작하셨습니까?
이번 주부터 운동을 시작했어요.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하고 나서 이제는 제 스스로를 챙겨야겠다고 생각했죠. 막상 운동을 시작하니까 생각 외로 힘들어요. 제 몸이 이렇게 나쁜줄 몰랐어요. 헬스와 수영을 하고 있어요. 예전보다는 날씬해져야죠.
- 혹 결혼 때문에 프리랜서를 결심한 것은 아닌가요?
글쎄요, 정말 제가 결혼을 생각했다면 방송사라는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는 것이 더 낫죠.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공부와 일에 대한 욕심이 더 큰가 봐요. 마흔 이전에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혼에 대해 갖고 있는 계획은 없어요.
- 그럼 마지막으로 프리랜서로서의 각오를 밝힌다면….
열심히 한다는 것, 그리고 한결같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 하지만 '방송사 나왔다더니 달라진 것이 없네'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요. 한결 같지만 그래도 발전하는 모습은 있어야 '독립'을 선언한 것이 떳떳하지 않겠어요.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