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미국 공군의 ‘대덜러스’팀은 최초의 우주인이 되려고 맹훈련에 몰두하지만 미항공우주국(NASA)이 발족하면서 우주탐험 프로젝트를 빼앗기고 팀은 해산된다. 42년 뒤인 2000년. 구 소련의 통신위성이 고장나 추락 위기에 처하지만 50년전에 제작된 이 기계를 수리할 사람은 NASA에 없다. 결국 유도체의 최초 설계자인 프랭크(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불려온다. 프랭크는 옛 동료들인 ‘대덜러스’팀과 함께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결국 40여년만에 옛 팀원들을 모아 노익장을 과시하며 우주 비행을 준비한다.
정부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위기가 닥치자 특수기술을 가진 민간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설정은 블록버스터 SF영화인 ‘아마겟돈’과 비슷하다. 다른 점은 이 전형적 구조에 평생의 꿈을 실현시킬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맞이하고 들뜬 할아버지들의 아기자기한 일상을 겹쳐놓았다는 것. 팀원 중 제리(도널드 서덜랜드)가 여자만 보면 희희낙락하는 것이나 신체검사 장면들은 할아버지들의 ‘귀여운’ 면모를 코믹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우주선이 발사된뒤 돌발상황이 벌어지는 후반부는 블록버스터 SF영화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 영화는 ‘디지털 세대’에 밀린 ‘아날로그 세대’를 위로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컴퓨터보다 수동 조작을 선호하는 팀원들에게 젊은 비행사들은 “절대 고장나지 않으니 컴퓨터를 쓰라”고 권유한다. 그러나 실제상황에선 결국 수동 조작에 의지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할아버지들의 축적된 지식과 의지가 승리를 가져다 준다.
프랭크 시내트라의 ‘Fly Me to the Moon’이 흐르는 가운데 평생 가고 싶어했던 달에서 한 대원이 영면하는 마지막 장면은 가슴 뭉클하다. 미국에서는 올 여름 9500만 달러의 수입을 거둔 흥행작이지만 국내 젊은 관객들이 할아버지들의 신나는 모험담에 어떻게 반응할 지는 의문.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개막작. 12세이상 관람가. 14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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