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임상수 감독<눈물>부산영화제에서 첫 공개

주류 영화계에서 시도되는 첫 번째 디지털 장편 영화라는 점에서 제작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던 임상수 감독의 신작 <눈물>이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이날 상영장에는 수많은 해외 게스트들과 국내 언론인들이 몰려와 취재경쟁을 벌였으며, 일반 좌석과 보조 좌석이 모두 매진되는 등 일반인들에게도 열띤 호응을 얻었다. <눈물>은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들 중 최고 화제작으로 기록된 셈.

가리봉동 달동네에 기거하는 네 명의 빗나간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은 이 영화는 코미디도 아니면서 연신 포복절도할 웃음을 전해준다. 불량한 아이들이 뱉어내는 욕설과 대화들이 너무 리얼했기 때문. 덕분에 극장 안은 영화가 상영되는 100분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으며, 영화 상영 후 가진 '관객과의 대화'에선 기자와 관객들의 진지한 질문이 1시간 넘게 이어졌다.

<눈물>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호의적인 편. 일반 관객들은 "유쾌하면서도 쇼킹한 영화였다"는 평이 많았으며, 국내외 기자들은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말로 직접적인 평가를 유보했다. 그러나 어찌됐든 이 영화는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와 비교당하는 것을 끝내 피해가진 못할 듯하다. 빗나간 10대 아이들을 다룬 두 영화는 소재뿐 아니라 캐릭터 면에도 비슷한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한 관객은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나쁜 영화> 그리고 숱한 다큐멘터리들이 건드렸던 주제를 또 다시 다루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날카롭게 질문했다. 이에 대해 임상수 감독은 "다큐멘터리와 독립영화계에서 이런 주제를 자주 다뤘던 것은 사실이지만 주류 영화계에서 이런 주제를 다룬 적은 별로 없었다. <나쁜 영화>를 보긴 했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직접적인 대답을 회피했다.

임상수 감독은 원래 기획 단계에서 이 영화의 제목을 '섹스'의 은어인 '나쁜 잠'으로 정했다가 <나쁜 영화> 제작 소식을 듣고 뒤늦게 제목을 '눈물'로 바꾸었다. 비공식 석상에서 그는 "그때 한 판 붙어볼 것 그랬다"며 특유의 저돌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공식 석상에선 <나쁜 영화>에 대한 코멘트를 애써 피하고 싶은 눈치가 역력했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부터 시작된 성에 대한 집착이 여전히 이어지는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정주의에 빠지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난 이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최소한 <눈물>이 10대 아이들의 성을 팔아먹은 영화는 아님을 강조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눈물>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완성한 영화라는 뜻이다.

어찌됐든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선을 보인 <눈물>은 해외 게스트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은 듯하다. 영화를 본 후 미국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와 칸영화제 프로그래머인 피에르 뤼시앵은 "쇼킹하고 재미있었다"는 평을 내렸으며, 이탈리아 토리노 영화제 프로그래머인 주세페 가리앗조는 영화제 초청작 선정이 마무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이번 토리노 영화제 경쟁부문에 꼭 초청하고 싶다"고 강력히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황희연 <동아닷컴 기자> benot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