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세레스 역시 1968년 1월7일 이 노래를 틀어놓고 투신자살했다. 이로 인해 ‘자살의 찬가’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 노래에 상상의 날개를 씌운 영화는 죽음(티나토스)과 사랑(에로스)이 교차하는 이중주의 드라마다. 무대는 ‘동유럽의 파리’라고 불릴만큼 예술과 문화의 도시로 각광받던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주인공은 아름답고 자유분방한 여인 일로나(에리카 마로잔)와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유태인 자보, 감수성 예민한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패기만만한 독일인 사업가 한스. 한 여자와 그를 동시에 사랑한 세 남자는 안드라스가 일로나의 생일선물로 작곡한 ‘글루미 썬데이’의 치명적 선율과 2차대전이 몰고온 유태인 학살의 격랑을 헤치고 60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사랑과 배신, 복수의 드라마를 펼친다.
영화속 일로나는 바로 ‘글루미 썬데이’의 등가물이다. 안드라스는 그 곡이 처음 연주될 때 일로나의 사랑을 얻지만 동시에 일로나가 그 곡을 노래로 처음 불렀을 때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자보의 파멸도 한스의 죽음도 그 뒤에는 그녀에 대한 욕망이 숨어있다. 그것은 ‘아름다움의 어머니는 죽음’이라는 그리이스적 미학관에 닿아있다. 독일의 롤프 슈벨 감독은 이를 위해 닉 바르코의 원작소설 ‘우울한 일요일의 노래’에는 없는 일로나라는 인물을 새롭게 창조했다. 그리고 에리카 마로잔과 부다페스트시에 대한 탐미적 화면을 통해 ‘글루미 썬데이’의 선율을 영화미학으로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18세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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