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TV문학관 '그곳에…', '佛家의 번뇌' 혼신연기 리얼리티

  • 입력 2000년 10월 24일 18시 58분


25일 밤11시 방영되는 KBS 2TV의 TV문학관 ‘그곳에 바람이 있었네’(극본 김병수, 연출 장기오)는 가을 산사(山寺)의 아름다운 정취와 번뇌에 시달리는 인물의 대조를 통해 인생의 비극미를 잘 표현해 냈다.

깨달음을 위해 수행에 정진했지만 간암 말기에 이른 영명(박지일), 사랑을 버리고 산사로 숨어든 여교사 의선(정애리), 어머니의 강요로 머리를 깍은 동암(김준모), 생떼같은 자식을 잃고 절로 들어온 택이네(김지영) 등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흥미를 끈다.

연기자와 제작진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혼신을 노력을 기울였다.

제작진은 강석경의 원작소설 ‘석양꽃’의 무대인 금정암을 생생한 영상으로 살려내기 위해 13일간 서울 경기 강원 경북 경남 전남 등 6개 시도를 돌아다니는 강행군을 펼쳤다. 드라마속 사찰은 경북 청송 주왕암이 주된 모델이지만 화엄사와 쌍계사의 모습도 섞였다. 의선이 자살을 기도하는 폭포는 강원 동해 무릉계곡의 쌍폭포이고 영명과 동암이 대화를 나누며 건너는 구름다리는 전남 영암 월출산의 구름다리다.

스님역을 맡은 배우들은 삭발하고 불경까지 달달 외웠고 정애리는 목욕재계하는 장면을 위해 새벽 계곡물에 몸을 담갔다. 특히 동암모(반효정)와 동암이 철로에서 동반자살을 기도하는 장면은 사실감이 넘친다. 경춘선 구간에서 촬영 중 연기자들이 연기에 몰두한데다 밤시간이라 거리감을 잃어 달려오는 기차에 치일 뻔한 것을 스탭이 달려들어 구해냈을 정도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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