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리뷰]'전통 스릴러' VS '화장실 유머'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8시 55분


28일 개봉되는 9편 영화 가운데는 서로 닮았으면서도 다른 4편의 미국 영화가 있다. 두편은 연쇄살인마를 소재로 한 스릴러고 다른 두편은 요즘 유행하는 ‘화장실 농담’ 내음이 가득한 코미디다.

#연쇄살인마〓‘더 셀’ vs ‘왓쳐’

‘연쇄살인마의 고향’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온 두 영화는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둘 다 감독 데뷔작이다. ‘더 셀’의 감독 타셈 싱과 ‘왓쳐’의 조 샤베닉은 CF와 뮤직비디오업계에서 감각적 영상으로 소문난 귀재다. 두 영화는 또 ‘양들의 침묵’이나 ‘세븐’과 달리 처음부터 연쇄살인마가 누구인지를 밝히고 시작한다. 살인마가 여자들만 노린다는 점도 닮았다.

하지만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더 셀’은 수사관이 살인마(빈센트 도노프리오)의 꿈속에까지 들어가 그의 무의식을 파헤치는 반면 ‘왓쳐’에서는 살인마(키아누 리브스)가 거꾸로 수사관의 상담 기록을 훔쳐가며 그 심리를 추적한다. 살인마의 외모도 ‘더 셀’쪽은 추악하고 ‘왓쳐’쪽은 매력적이다.

‘더 셀’에서 인도 출신의 싱감독은 현란한 색감과 엽기적 영상으로 공포감을 표현한다.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는 연쇄살인마 묘사만으로는 모자란 듯 그 살인마의 꿈 속으로까지 들어간다. 반면 ‘왓쳐’는 감각적 화면에 매력적인 수사관과 살인마 간의 심리전을 담아냈다. 하지만 소리없는 비명이 터져나오는 공포감을 끌어내기에는 다소 부족한 듯.

#화장실유머〓‘듀스 비갈로’ & ‘로드 트립’

얼떨결에 남창(男娼)이된 청소부 듀스 비갈로(롭 슈나이더). 볼품없는 탓에 뚱보나 키다리 같은 여성들만 상대할 수 밖에 없었지만 자상한 성격으로 인기를 얻고 결국 고객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진다.

‘듀스 비갈로’는 요즘 할리우드에서 유행인 ‘화장실 유머’로 가득하다. 듀스의 아버지는 고급 레스토랑의 화장실 웨이터이고 듀스의 주된 일도 변기에 빠진 물고기를 건지는 것. 코미디에서 꺼리던 기형인들을 등장시켜 희화화하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소재에 비해 성적 농담 수준은 비교적 점잖다.

반면 ‘로드 트립’은 성에 대한 노골적 농담과 지저분한 유머를 버무린 섹스 코미디. 조쉬(브레킨 마이어)가 다른 여자와 섹스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가 그의 여자친구에게 잘못 배달되자 조쉬와 친구들은 이 테이프를 회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조쉬와 친구들은 선과 악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이들의 성행위는 정상과 변태 사이를 오가며, 여자들은 시도 때도 없이 벗는다.

코미디언 톰 그린이 쥐를 입에 넣거나 역겨운 유머로 너스레를 떨며 웃음 유발을 노리지만, 썰렁하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듯하다. 처음에 참신하던 ‘화장실 유머’가 숱한 반복 끝에 결국엔 쉰 냄새만 풍기는 걸 보면.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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