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황수정 "꾸미는 것 별로 안좋아해요"

  • 입력 2000년 11월 8일 19시 05분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 한 듯 안한 듯한 화장, 적당히 볼륨있는 몸매를 천박하지 않게 드러내주는 검정색 터틀넥 스웨터, 종아리를 살짝 덮는 긴 붉은색 스커트…. 귀고리나 반지 하나 하지 않은 단정한 모습이었다.

그를 데뷔 6년만에 톱탤런트로 올려놓은 ‘예진아씨’의 ‘2000년도 버전’일까.

―왜 남자들이 배우자감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글쎄요, 다소곳해 보여서 그러려나? 사실 저도 일할 때는 제 주장을 많이 얘기하는 편인데요. 하지만 여자는 다 그렇지 않나요?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부드러워지고, 져주고 싶고….”

―혹시 빠글빠글한 퍼머 머리를 해 본 적은 없나요?

“없어요. 원래 꾸미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에요. 튀는 차림도 그렇고. 화장도 짙게 안하고 그나마 한번 하면 하루종일 잘 안 고쳐요.”

옆에 있던 코디네이터가 “단정하고, 깔끔한 스타일의 옷만 좋아해요. 변신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하고 한마디 했다.

―노출이 심한 연기는 극구 피한다면서요.

“…그런 건 별로예요. 몸매도 안 예쁜데요, 뭘.”

4일 첫 방영된 MBC 주말드라마 ‘엄마야, 누나야’에서 그는 언어장애자 ‘여경’으로 등장한다. 극중 그는 차를 몰고 가다가 실수로 앞 차를 들이받고는 휴대전화에 ‘죄송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내민다. “벙어리예요?” 하는 상대방의 말에 그는 특유의 잔잔한 표정으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20대 후반의 한 남자 회사원은 “그 장면에서 갑자기 가슴속에 감동이 퍼지면서 저 여자를 보호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 말했다.

남성의 가슴을 파고 드는 그의 ‘상업적 매력’은 바로 그런 모습이다. 지켜주고 싶은 여린 표정, ‘쉬워’ 보이지 않는 조신함. 그리고 모 자동차CF에서 보여주었던 ‘현모양처’의 이미지 등.

MBC 탤런트 대기실에서 자장면과 자장밥을 시켜 먹으며 인터뷰하는 동안 그의 휴대전화가 계속 울렸다. 전화 중간 중간에 “…음, 1억7000 정도?…”하는 대화로 보아 CF 출연제의였다.

―톱스타가 매니저가 없으면 개런티 협상 때 직접 돈 얘기 하기가 제일 불편할 텐데.

“(웃으며) 그냥, 제가 원하는 액수를 솔직하게 말해요.”

‘내숭형’은 확실히 아니었다. 의외로 털털한 그는 밉지않게 할 말을 또박또박 다 했다. 새삼 그가 MC출신(94년, SBS MC공채 1기)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정적인 평소 이미지와는 다른 또 하나의 진실. 그는 카레이싱 자격증까지 있는 소문난 스피드광이다. 덕분에 신차가 출시되면 시승기 부탁을 많이 받는다. 4년째 타고 있는 그의 ‘애마’는 메르세데스 벤츠.

식사가 끝나자 그는 탁자에 흘린 자장과 단무지를 휴지로 깔끔하게 닦았다. 대구 할머니집에서 가져왔다는 무공해 사과와 대추를 동료 연기자에게도 연신 권했다.

내년에는 시낭송 CD를 낼 예정이다. 이 달에는 영화출연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시나리오는 마음에 들어요. 그래도 영화는 배급사까지 다 따져 봐야 한다면서요.”

저 정도로 야무지면 매니저가 없어도 되겠구나, 싶다.

그의 휴대전화 폴더를 열어보았다. 배경화면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빛이 되는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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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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