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뛰어넘는 의사소통’이라는 아이디어를 영화화했다는 점에서 우리 영화 ‘동감’이나 ‘시월애’와 유사하지만 구조의 치밀함이나 이야기로서의 재미에 있어서는 두 작품을 훨신 앞서 있다.
1969년 10월의 어느날 밤 열혈 소방관인 프랭크(데니스 퀘이드)는 뉴욕 주택가의 자신의 집에서 단파 무선통신기를 통해 30년 뒤 같은 집에서 경찰로 성장한 아들 존(짐 카비젤)과 통신을 하게 된다. 30년전 화마로 아버지를 잃은 기억이 생생한 존은 아버지의 생명을 바꾸기 위해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개입한다. 반신반의하던 프랭크는 이틀 뒤 존의 말대로 문제의 화재현장에 도착하자 아들의 말을 따르고 목숨을 건진다.
하지만 그가 살아나면서 역사적 변수가 뒤바뀌고 예기치 못한 사태들이 잇따라 발생한다. 프랭크의 생환은 간호사인 어머니 줄리아가 응급실에 실려온 연쇄살인마의 목숨을 구하는 결과를 낳는다. 간호사들을 표적으로 해서 ‘나이팅게일 사건’이라고 불린 이 살인마의 범죄행각은 계속되고 줄리아를 포함한 애꿎은 간호사들이 목숨을 잃는다.
이 사실을 발견한 존과 프랭크는 현재와 과거에서 동시에 살인마를 추적하면서 프랭크의 생환에 따른 부작용을 바로잡기 위해 다시 역사에 개입한다.
영화의 진행에 따라 SF와 스릴러, 액션과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가 번갈아 나타났다 사라진다.
또 과거가 바뀜에 따라 현실에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포착하는 논리적 그물망도 아주 촘촘하다.
두 개의 시간과 같은 공간을 연결하는 고리로 차원을 교란하는 북극광(오로라)이 등장하고 월드시리즈 야구결과와 인터넷 검색업체 야후를 통해 맛깔스럽게 포장된다. 미래가 과거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 과거는 기존의 우주에서 떨어져나와 새로운 우주를 형성하게 된다는 ‘평행우주론’의 가설도 수미쌍관되게 영화 속에서 구현된다. 화재사고로부터 프랭크의 목숨을 구하자 신문기사 스크랩과 액자속 가족 사진이 바뀌는 디테일효과도 일품이고 다시 20년후 흡연으로 인한 폐암으로 죽게 된다는 또다른 반전 역시 영화를 풍부하게 만든다.
시간법칙의 미로속을 얼떨떨하게 유영하는 데니스 퀘이드의 연기는 10년전 인체속 여행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인기와 아내(맥 라이언)를 동시에 얻었던 ‘이너 스페이스’에서의 그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25일 개봉. 12세이상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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