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패션 오브 마인드/데미무어, 1인2역 연기

  • 입력 2000년 11월 9일 19시 08분


두 명의 여성이 있다. 한명은 프랑스의 아름다운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뉴욕타임스에 서평을 써보내는 마리. 다른 한명은 화려한 도시생활에 폭 빠져지내는 뉴욕의 출판대행업자 마타다.

두 사람은 책과 관련된 일을 한다는 것과 외롭게 산다는 것을 빼고는 철저히 대조적인 삶을 산다. 마리는 남편을 여의고 귀여운 두 딸을 키우는 과부고 마타는 남자관계가 복잡하지만 정작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지 못한 독신여성이다.

그러나 마리와 마타는 서로의 꿈속에서 사는 존재다. 6시간 떨어진 곳에 사는 둘은 한명이 잠들면 한명이 깨어난다. 누가 현실이고 누가 꿈인지 구분할 수 없다. 심지어 양쪽 주치의들조차 그럴듯한 정신분석이론을 들이밀며 상대가 가상인물이라고 공박한다. 서로의 삶을 동경하면서 지속되는 마리/마타의 공존은 그런 둘 앞에 각각 사랑하는 남자가 나타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데미 무어가 1인 2역의 연기를 펼친 ‘패션 오브 마인드’(Passion of Mind)는 주로 스릴러에 등장하는 다중인격이라는 소재를 호접지몽(胡蝶之夢)의 고급스런 로맨스로 엮어낸 영화다. 곳곳에 복선을 깔면서 과연 누가 꿈이고 현실인지 의문을 마지막까지 미묘하게 끌고가는 연출솜씨도 깔끔하지만 프로방스와 맨해튼의 풍경을 아름답게 잡아낸 화면도 빼어나다. 11일 개봉. 15세이상.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