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인터뷰]이미숙-차승원 '빛나는 악역' 주말 맞대결

  • 입력 2000년 11월 9일 19시 08분


<리베라 메>와 <단적비연수>. 이번 주말 맞붙어 개봉될 두 편의 대작영화에는 스타들이 즐비하지만, 이중 눈여겨 봐둘만한 배우는 단연 차승원(리베라 메)과 이미숙(단적비연수)이다. 공교롭게도 둘은 각자의 영화에서 유일한 악역을 맡았다. 차승원은 사이코 방화범, 이미숙은 자식을 제물로 바치는 여족장이 되어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영화를 이끌어간다. 이 두 배우가 없었다면 크기를 앞세운 이 두편의 영화는 얼마나 시들했을 것인가. 두 악역 배우를 만난다(편집자 주).

<단적비연수> 여족장 수 이미숙

"적절한 때 연기변신 흡족"

이미숙(40)은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사진 촬영 도중 계속 생글거렸다. 그에게 ‘강한 인상’을 주문하자 “그럼, 이순신 동상 앞에 가서 찍을까?”하며 호방하게 웃어 제낀다. 실제의 그는 금지된 사랑에 빠져 괴로워하는 ‘정사’의 말없는 주부보다 큰 칼을 휘두르는 ‘단적비연수’의 여족장 이미지에 더 가깝다.

‘단적비연수’에서 그의 출연 장면은 적지만 캐릭터의 존재감은 가장 무겁다. 동물적 느낌을 주는 첫 출산장면이나 투구를 쓰고 적을 매섭게 쏘아보는 그의 모습엔 스크린을 장악하는 카리스마가 배어 있다.

“내가 쓰던 그 칼, 무게가 쌀 한가마 쯤 돼요. 지난해 이맘 때부터 보라매공원에서 석달간 기초 체력훈련하고 하루에 500번씩 칼 휘두르는 연습했다니까. 나, 옛날 같으면 특수공작원으로 북한 보내도 잘할 껄.”

그는 “솔직히 출연 장면이 적은 건 마음에 안든다”면서도 “연기에 대한 내 욕구를 충족하진 못했지만, 연기자로서 변신의 기회를 맞은 타이밍은 적절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벌써 연기생활 20년. 정상의 스타로 군림하다 결혼한 뒤 30대 중반까지는 “결혼은 인생의 다른 단계일 뿐인데 ‘이제 넌 끝났다’고 바라보는 주변 시선이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왜 결혼하면 여자 냄새와 모습이 사라져야 하는 건지, 그런 고정관념이 정말 싫다”는 그는 지금 자신이 작은 오솔길 하나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로 평생을 살 수 있는 길이 필요해요. 선배들이 낸 길이 있었다면 내가 포장을 했을 텐데 없으니까 오솔길을 뚫는 게 내 일이지. 그러면 나중에 후배들이 포장을 하겠지….”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리베라 메> 방화범 희수 차승원

"석달간 정신과 환자 관찰"

'리베라 메’의 극적 구조는 연쇄방화범과 화마(火魔)에 맞서 영웅적인 투쟁을 벌이는 소방대원들 간의 팽팽한 긴장관계에서 비롯한다.

최근 멜로영화의 베드신에 자주 등장했던 차승원이 이번에는 방화범을 맡아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차승원에 맞서 싸우는 소방대원으로는 터브가이 최민수, 여성팬을 몰고 다니는 유지태, 능청스런 연기의 박상면, 귀염둥이 정준 등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민수형과는 평소 가깝게 지내지만 영화를 찍는 다섯달동안은 연기할 때를 제외하고는 민수형과 서로 10m이상 가까이 가질 않았습니다. 서로 감정몰입을 해칠까봐 말도 안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어요.”

영화에 대한 그의 집중력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희수의 성격 파악을 위해 촬영전 석달간 신경정신과 환자들을 관찰했고 부산에서 촬영에 들어간 뒤로는 TV나 CF의 유혹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연기에만 매달렸다.

대신 한동안 베드신으로 혹사당하던 그의 몸은 처음 접한 격렬한 액션연기로 멍투성이가 됐다. 건물 옥상에서 최민수와 결투를 벌이는 마지막 장면 촬영에는 2주나 걸렸다. 두사람은 거의 실신상태에서 최민수는 기둥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졌고 그도 팔이 골절되는 등 무아지경의 연기를 펼쳤다.

“연기가 즐겁다는 말을 들으면 화가 다 나요. 진짜 연기는 자신의 껍질을 벗겨내고 (가슴을 가리키며)이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끄집어내야하는 고통스런 작업입니다.”

그렇게 힘들다면서 왜 영화에 매달릴까. 그는 아직도 ‘리베라 메’의 시사장 밖을 지켜가며 완성본을 보지않고 있다. 아내와 손잡고 극장을 찾아 돈을 내고 자신의 영화를 보며 짜릿함을 느끼기 위해서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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