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봉자>,비좁은 셋방서 싹트는 두여인의 사랑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44분


박철수 감독의 ‘봉자’는 여성의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다. 자전적 수필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의 주인공인 30대의 서갑숙이 갓 스무살이 된 신인여배우 김진아와 ‘짝’을 이룬다.

김밥집에서 일하며 혼자 사는 봉자(서갑숙)에게 삶의 낙이란 김밥 마는 일과 틈틈이 청주를 병째 마시는 일, 그리고 UFO가 세계를 구원할 것이라고 믿는 이상한 종교뿐이다. 술 때문에 김밥집에서 쫓겨난 날 봉자의 반지하 셋방으로 숨어들어온 낯선 소녀 자두(김진아)는 봉자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사람도 죽여봤고 애도 낳아봤다”는 자두는 봉자의 억눌린 욕망을 일깨운다. 봉자는 어린 시절 성폭행당한 상처를 안고 있는 자두를 감싸안는다. 그동안 ‘301:302’와 ‘산부인과’에서 여성문제를 다뤄온 박 감독은 좁은공간에서 서로를 먹여주고 씻어주고 알몸으로 함께 잠드는 두 여자의 동지적 교감 묘사를 통해 동성애 문제에 접근한다. 100% 디지털카메라로 촬영됐다. 25일 개봉. 18세 이상.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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