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집에서 일하며 혼자 사는 봉자(서갑숙)에게 삶의 낙이란 김밥 마는 일과 틈틈이 청주를 병째 마시는 일, 그리고 UFO가 세계를 구원할 것이라고 믿는 이상한 종교뿐이다. 술 때문에 김밥집에서 쫓겨난 날 봉자의 반지하 셋방으로 숨어들어온 낯선 소녀 자두(김진아)는 봉자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사람도 죽여봤고 애도 낳아봤다”는 자두는 봉자의 억눌린 욕망을 일깨운다. 봉자는 어린 시절 성폭행당한 상처를 안고 있는 자두를 감싸안는다. 그동안 ‘301:302’와 ‘산부인과’에서 여성문제를 다뤄온 박 감독은 좁은공간에서 서로를 먹여주고 씻어주고 알몸으로 함께 잠드는 두 여자의 동지적 교감 묘사를 통해 동성애 문제에 접근한다. 100% 디지털카메라로 촬영됐다. 25일 개봉. 18세 이상.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