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성적 판타지를 위해 포르노잡지에 광고를 낸 파리의 여자(나탈리 베이)는 남자(세르지 로페즈)를 만나 곧장 호텔로 향한다. 이름도 묻지 않고 섹스만을 위해 만나던 이들의 관계는 남자가 저녁식사를 제안한 뒤 변하기 시작하고, 이들은 조심스럽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들이 헤어진 한참 뒤 진행되는 남녀의 인터뷰와 이들이 함께 했던 과거를 보여주는 플래시백이 계속 교차된다. 플래시백 장면에서도 영화는 여자가 “포르노 행위”라고 말한 성적 판타지가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카메라가 호텔 방안으로 들어가는 건, 이들이 감정적으로 친밀해지고 ‘정상적인 사랑의 행위’를 하기 시작할 때부터다.
이같은 관계의 발전은 공간의 색으로도 표현된다.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에서처럼 온통 붉은 호텔의 복도와 문은 강렬한 성적 욕망을 상징하며, 카메라가 들어가 비추는 파란색 방은 욕망만을 목적으로 한 익명의 관계인 이들이 서로의 몸에 익숙해지고 개인적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는 변화를 상징한다.
서로에 대한 앎을 배제하고 시작된 ‘성적 욕망의 관계’가 어떻게 ‘사랑의 관계’로 변모되는지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포르노그래픽 어페어’가 아니라 ‘트루 로맨스’일지도 모르지만, 끝내 아릿한 슬픔 한 자락을 남긴다. 여자가 관계를 끝내길 원한다고 지레짐작한 남자는, 여자가 그와 함께 하리라 결심한 때에 결별을 고한다.
영화는 서로 사랑하면서도 상대의 마음을 잘못 읽어 어긋나버리고, 나중의 인터뷰에서 함께 겪었던 일들조차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이들을 통해 ‘사랑했다고 생각한 그 순간조차 진실은 공유될 수 없는 자신만의 것’일 뿐이라고 말해준다.
여배우 나탈리 베이는 이 영화로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탔다. 감독은 벨기에의 프레데릭 폰테인. 12월2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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