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있는 그대로의 과거 속으로 들어가기 보다는 가상적 상황을 설정하긴 했지만 그 바탕엔 분명 정치적 혼란을 겪었던 60년대를 겨냥하고 있다. 2차대전 패전 후 일본은 고도성장을 위한 경제 재편 과정에서 실업자들을 양산했고 이들은 급격하게 반정부세력으로 자라난다. 일본정부는 자위대가 쿠데타 세력으로 자라나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자치경찰’의 비대화도 막기 위해 수도권지역의 치안유지를 담당하는 수도경이라는 독자 무장조직을 만든다.
수도경의 주력부대인 특기대는 반정부세력 진압에 나서고 반정부조직은 ‘섹트’라는 도시게릴라형태로 더욱 과격화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여기에 자치경찰과 수도경 간의 권력암투까지 겹쳐진다. 이 과정에서 특기대 정예요원 후세 가즈키는 섹트의 비밀조직 ‘빨간 두건단’의 여성단원 사살을 주저하다 대형 폭발사건을 막지 못한다. 임무수행 의무와 인간적 고민 사이에서 방황하는 가츠키는 자치경찰과 결탁한 수도경의 공안부가 포섭한 ‘빨간 두건단’출신 테러리스트 ‘아마미아 케이’와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경찰내 배신자를 처단하는 특기대의 비밀병기 ‘인간늑대’를 추적하면서 동시에 ‘빨간 두건 소녀와 늑대’의 동화를 겹쳐 놓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짐승’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결국 현대 일본이 ‘짐승’의 본능을 좇고 있다고 비판한다.
굳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들 만큼 사실적인 화면은 만화적 상상의 공간을 꿈꾸는 이들을 질리게 만드는 반면 후세 가즈키의 모호한 성격 묘사에는 치밀함이 빠져 있다.
미래세계에 대한 암울한 상상력과 하이퍼 리얼리즘에 가까운 묘사로 찬사를 받았던 ‘공각기동대’의 감독 오시이 마모루가 기획, 원작, 각본을 맡고 후배 오키우라 히로유키를 감독으로 데뷔시킨 작품. 9일 개봉. 12세 이상.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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