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코너를 봤을 땐 해외에서 히트한다던 'Big Brother'처럼 스타들을 한집에 몰아넣고 24시간 엿보는 건가 했는데 (그렇다면 정말 볼 만하겠는걸...군침을 삼키며...) 그건 아니고 하룻밤 동안 밀폐된 세트 안에서 벌어지는 개인기 혈전을 엿보는 코너였다. 특히 참여 연예인들의 투표로 하룻밤에 한 명씩을 탈락시키는 게 포인트다. 어떻게 보면 무슨 로마시대 격투기장 안에 투사들을 몰아넣고 승자를 가리는 것 같아 찜찜하기도 하지만 역시 인간이란 승부에 약한 동물. 누가 탈락할 것인지 맞춰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탈락한 사람은 그야말로 처량맞게 퇴장하기 때문에 참여하는 연예인들은 퀴즈고 격파고 철봉이고 간에 죽기살기로 덤빈다. 도도하기가 이를데없는 연예인님들을 보다 간만에 몸을 아끼지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재미있고 신난다.
그런데 이런 느긋한 토요일 오후의 즐거움을 망치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의 MC다. 내가 이 MC에게 분노하는 이유는 세가지다.
첫째, 아무리 우리나라가 원칙이 존중되지 않는 사회라지만 이 코너의 MC는 원칙, 규칙 같은 건 완전 무시다. 퀴즈고 뭐고 간에 주관식 객관식도 맘대로, 순서도 맘대로, 승패도 맘대로다. 오락 프로그램에 <퀴즈가 좋다>의 임성훈 아저씨같은 품격까지 바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기본 룰은 있나보다 싶어야할텐데 이건 완전 자기 맘대로니 참, 억울하면 MC하고 볼일이다. 이런 맘대로 진행 덕분에 있는 재주, 없는 재주 다 보여주며 목숨거는 출연자들이 오히려 멍하게 보이니 이렇게 황당할 때가 있나?
둘째, MC가 쓰는 언어가 정말 못 들어줄 수준이다. 이젠 MC들의 언어를 문제삼는 것조차 고리타분한 얘기가 되어버렸지만 이 MC는 좀 심각하다. "쪽팔린다..."느니 "바보"라느니...이런 말을 전국 방방곡곡에 해대는 사람이 MC라니 우리나라에 이렇게 인물이 없나? 방송언어의 영역을 넓혔다고 박수라도 쳐줘야 하나?
셋째, 이 MC의 개그는 다른 사람 씹고 깔아뭉개는 것 빼면 별 것 없다. 순간적인 재치에서 나오는 애드립이 안되니까 다른 출연자 무시하는 걸로 때우는 건지, 원래 말을 그렇게밖엔 할 줄 모르는 건지 보다보면 참 기도 안찬다. 또 이 MC가 주로 씹는 대상이 만만해 보이고 코믹 이미지가 강한 박경림, 김성수, 이범수, 김종석 등이고 왜 그런지 유승준에겐 '눈빛' 운운해가며 촐싹거리는 걸 보면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인간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불쾌하다. '웃기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면 "하나도 안 웃긴다"고 반박하고 싶다.
젊은 연예인들의 '생존을 건' 재치와 끼의 대결이라면 정말 밝고 건강한 웃음을 추구했으면 좋겠는데 시도때도없이 끼어드는 이 코너 MC님의 진행은 그의 독특한 웃음소리만큼이나 질릴대로 질렸고 엄청 거슬린다. MC도 탈락 가능하다니 그 날만 기다려야할텐데 보아하니 쉽사리 떨어질 것 같지는 않고...출연자들의 개성을 맘껏 살려주면서도 자기의 끼를 보여줄 줄 아는 여우같은 MC, 어디 없나?
조수영<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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