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함께 하는 웃음과 감동의 토크쇼’라는 KBS 2의 ‘서세원쇼’(화요일 밤 11시)였다. 이를 보며 웃음보다 서글픔이, 감동보다는 짜증이 난 것은 내 성격이 본디 유별나서 였을까.
말을 더듬거나 썰렁한 이야기를 하는 출연자에게 핀잔을 주거나, 작위적으로 웃음을 ‘강요’하는 서세원을 보면서 이 시대 토크쇼는 ‘진솔한 이야기 마당’이란 본래 의미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 토크쇼의 새 바람을 일으키고, 이른바 ‘개인기 신드롬’을 탄생시켰다는 ‘서세원쇼’는 메시지 없이 정형화된 틀만 요구하는 토크쇼의 전형이다. 요컨대 개인기 신드롬은 일부 연예인들에게 토크쇼 출연 공포감을 준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개인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별다른 개인기가 없는 연예인은 녹화 전날 스탭과 작전 회의를 하고 맹연습을 한다. 인기 유지를 위해 오락 프로에는 나가야 하지만 온갖 흉내를 내다보면 가수인지 배우인지 의문이 드는 자기 모멸감에 빠진다고 한다.
반면 ‘서세원쇼’와 같은 난장 토크쇼에서 웃음으로 인기를 유지하는 이도 있다. 그들은 ‘코믹 캐릭터’를 상품화시키지만, 그 감옥에 갇힐 우려가 높다.
의미없는 개인기와 강요된 웃음으로 채워진 우리 시대 토크쇼에서 ‘토크’는 사실상 실종됐다. 토크쇼는 스타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이야기 사랑방’이라기보다는 새음반을 내고 새 영화를 찍는 연예인의 홍보용 프로그램으로 전락한 듯해 보인다. 물론 ‘서세원쇼’만 그런 것은 아니다.
SBS의 남희석의 ‘색다른 만남’ 역시 이야기의 맛을 충분히 우려낼만한 충분한 사전 준비없이 한번 떠들다 가는 스타들의 홍보 프로그램의 성격이 짙다. 토크쇼는 난무하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이야기를 별로 건질 수 없는 이른바 ‘토크 공해’의 시대, 차라리 어릴 적 들었던 장소팔, 고춘자의 ‘팔도 만담’이 그립다.
이동연<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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