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순의 일본TV읽기]동성애자는 쇼 단골손님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9시 15분


얼마 전 탤런트 홍석천이 동성연애자임을 인정하며 커밍아웃을 해 사회적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이 여파로 홍석천은 각 방송사로부터 출연을 거부당했으며 일부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치긴 하나 아직까지도 그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제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의 TV는 하루종일 방송을 한다. 때문에 프로그램이 다양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전업주부들을 겨냥한 대낮의 방송은 그야말로 촌치열한 경쟁으로 때로는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할 때도 있다. 그 중 연예가 소식을 중심으로 사회적 화제만을 골라 집중적으로 방송하는 후지TV의 ‘소문 어떻게 됐어요’ 등 속칭 일본방송들의 ‘와이드쇼’는 그 성격이 가히 폭로전이라고 할 만큼 적나라하다.

얼마 전 일본경제의 ‘잃어버린 10년’ 라고 하는 기나 긴 세월을, 일본 여성들로부터 같이 데이트하고 싶은 남자 1위, 같이 자고 싶은 남자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일본의 인기 가수 기무라 다쿠야의 결혼 발표를 제일 먼저 보도한 곳도 바로 이 ‘와이드쇼’였다. 이 프로는 하다못해 연예인들의 임신, 출산, 이혼까지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가며 주위의 반응까지 곁들여 방송을 한다.

헌데 신기한 것은 ‘와이드쇼’에 매일 출연하는 게스트 중 소위 남자 동성애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내가 굳이 ‘연예인’이라고 단정하여 말하지 않는 것은 사실 ‘와이드쇼’에 출연하는 동성애자들이 비단 연예인만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 프로그램에서도 동성애자들을 흔히 발견할 수가 있으며, 때로는 ‘게이’라고 하는 성적 문제를 상품화 시켜 성공한 일본인들도 꽤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는 화려한 의상과 특이한 화법으로, 이를테면 남성적 어법 ‘소오데스(그렇습니다)’를 ‘소오∼다와∼(그렇∼지이∼)’라는 식으로 매사에 여성보다 더 여성스럽게 말하는 미가와 겐이치(탤런트 이정석이나 홍석천의 어투를 상상하면 된다)가 있고, 일반인으로는 올해 봄 일본문단의 권위있는 신인문학상인 아쿠다카와상을 받은 후지하라씨도 게이출신 작가였다. 물론 수상작품도 게이를 테마로 한 소설이었다.

하지만 후지하라씨의 경우는 허리까지 치렁치렁한 긴 머리에 완벽한 여성복장으로 9년동안 다니던 만화잡지 편집부에서 이지메를 당하다 결국 사표를 쓰고 소설을 썼다가 영광을 안았다.

일본작가들 중에 게이가 많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동성애를 테마로 쓴 소설이 권위있는 문학상을 수상할만큼 일본사회에서 터부가 사라진 것은 다름아닌 미와 아키히로(美輪明宏·65)의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50여년 전에 이미 그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게이였기 때문이다. 그는 샹송가수이면서 배우, 작가, 연출가로, 또한 일본문단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극우파 작가로서 활복자살을 한 미시마 유키오의 동성연애 상대자였다.

그러나 현재도 공연과 각종 무대의 연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그에 대한 일본인들의 평가는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단하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일본기자들이 가수라는 직업보다도 ‘지식인’이라고 먼저 말할 정도로 그의 지적 능력을 높이 사고 있다.

그가 금발을 하고 빨간 루즈를 칠한 채 그 어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다니든, 그것은 미와 아키히로 자신의 개인적 취향일 뿐 그가 하고 있는 일(직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일본인들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홍석천처럼 출연 거부를 당하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그런 성적 차이를 상혼의 천재인 일본인답게 오히려 상품화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앞에서 말한 미가와 겐이치다. 그는 올해도 심사에 엄격하기로 소문난 연말 ‘NHK 가요 홍백전’에 이미 뽑힌 상태다.(재일 르포작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