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논란빚은 'PD수첩', 예상보다 평이한 내용으로 보도

  • 입력 2000년 12월 20일 11시 19분


일부 기독교 단체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던 MBC 'PD수첩' <2000년 한국의 대형 교회>편이 19일 오후 10시55분 방송됐다.

이날 방송은 전체 방영시간 60분 중 전반부 25분 동안 일부 대형교회의 담임목사 '세습'과 교회 헌금 및 예산 집행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C교회'에서 발생한 빈번한 담임목사의 교체과정과 이로 인한 교세 위축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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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교회의 신자나 관계자들의 증언, 이에 대한 교회측의 반론 등을 시간적으로 균등하게 배분했다.

방송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한 대형교회의 편법 대출 문제는 새로운 사실을 보도하기보다는 그동안 제기했던 문제를 다시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다.

후반부에는 앞서 제기한 문제들을 해결한 교회와 시각장애 신자들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경기도 포천 '가나안의 집'을 별도의 부제를 달아 25분여에 걸쳐 소개했다.

제작진은 기독교계의 반발을 의식했는지 다른 사안에 비해 신중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진행자 PD는 기독교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단어 구사에 신경을 쓰는 흔적이 역력했고 다른 언론에서 공개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사안은 배제했다.

그 바람에 전체적으로 새로운 사실이나 문제 제기 없이 예전의 이야기를 '재탕'했다는 지적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후반부에 방송한 '가나안의 집'을 다룬 대목은 내용상으로 나무랄데 없는 소재였으나 따로 방송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비판과 긍정적인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감 탓에 어색한 연출이 된 셈이다.

장덕수 'PD수첩' 책임 프로듀서는 방송 전 전화 인터뷰에서 "원래부터 프로그램 전반부는 한국 대형교회가 안고 있는 고민과 문제를 소개하고, 후반부는 새로운 교회의 위상이 될 수 있는 사례를 소개하는 것으로 기획했다"며 프로그램 내용이 당초 의도대로 나갔음을 강조했다.

한편 'PD수첩'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20일 오전 현재 200여건의 의견이 올라왔다. 제작진의 노력을 격려하는 글, 평이한 내용에 대한 실망을 나타낸 의견과 함께 "방송사나 PD 역시 비리가 많은데, 왜 교회 내부의 문제를 다루느냐"는 항의글도 눈에 띄었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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