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아널드 슈워제네거의 SF액션<6번째날>

  • 입력 2000년 12월 21일 18시 58분


애완견이 죽으면 유전자 복제로 똑같은 개를 만들어 내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 비행기 조종사 아담(아널드 슈워제네거)은 수동식 면도기를 즐겨 쓰고 애완견 복제가 달갑지 않은 ‘구식’ 가장이다.

생일날, 그는 깜짝파티를 기대하며 집에 돌아오지만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남자가 가족과 파티를 즐기는 것을 발견한다. 혼란에 빠진 그는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납치되면서 인간복제를 둘러싼 음모에 휘말려 들어간다.

SF액션영화 ‘6번째날(The 6th Day)’은 복제양 돌리 탄생과 인간 게놈의 해독 등을 알리는 신문들을 보여주며, 이 영화가 다룰 인간복제가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예고하는 듯한 분위기로 시작된다.

인간복제가 금지되어 있지만, 인간복제를 통해 ‘모짜르트를 되살리고’ 죽음을 정복하려는 드러커(토니 골드윈)의 야망은 아담을 곤경에 빠뜨린다.

사실 인간복제는 ‘멀티플리시티’나 ‘에이리언4’ 등 이전 영화들에서 여러 번 쓰였던 소재라 새로울 것은 없다. 또 이 영화는 인간복제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나 그것이 가져올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묘사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영화속 동물 복제회사 매장은 동화나라처럼 예쁘고, 동식물 복제가 일상화된 미래는 질병에 대한 근심이 사라진 유토피아에 더 가깝다.

거울을 보며 근육을 과시하는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첫 등장 장면에서부터 보여지듯, 이 영화는 복제의 이슈를 빌렸을 뿐인 액션영화다. 후반부로 갈수록 인간복제 이슈는 뒤로 물러나고,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영웅적 활약이 두드러진다.

새로운 것이 전혀 없는 상투적인 액션영화이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특별히 누구에게도 거슬리지 않을 ‘안전한’ 영화가 되었다.

제목은 영화에서 인간복제를 금지한 법안의 이름. 천지창조의 6번째 날에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성경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감독은 ‘007 네버다이’의 로저 스포티스우드. 23일 개봉. 12세이상.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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