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아줌마’의 오삼숙(원미경)이 이런 고민에 처했다면 아마도 ‘남편과의 한판 전쟁’을 선언하는데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오삼숙 반란’의 원인은 어떤 때는 ‘억첨어멈’을 요구하고, 또 어떤 때는 우아한 ‘마드모아젤’을 요구하는 남편들의 편의적인 이기심이다.
드라마 ‘아줌마’는 가사노동과 여성에 대한 편견에 시달리는 전업 주부들의 반란을 우화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땅 수백만의 아줌마들이 오삼숙에게 각별한 애정과 지지를 보내는 것은 그녀의 반란이 바로 나의 반란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줌마 시청자들에게 오삼숙은 대리 자아이며 대리 만족의 거울과도 같다.
희생을 미덕으로 강요하는 끝임없는 기만술, 그 허위의식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유포하는 시댁의 집단 무의식을 향한 ‘유쾌한’ 저항이 바로 오삼숙의 사명이다. 바람피운 아들을 너그러이 용서하라는 시아버지의 말에 오삼숙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자 때문에 헤어지는 게 아니에요. 얼치기, 껍데기같은 행동들이 싫은 거에요. 껍데기 시아버지, 껍데기 시어머니, 껍데기 시누이”
아버지의 퇴직금으로 교수가 됐더라도 어엿한 가장으로 정당화되는 가부장제. 고등학교 졸업으로 교수 남편을 맞이했으면 그 대가를 치르라는 부르주아 사회. 이 ‘오만과 편견’에 저항하기 위해 ‘아줌마’는 당당하게 법정 투쟁을 선언했다.
그러면 드라마의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오삼숙은 법정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아마 드라마 ‘아줌마’의 법정 싸움과 그 후의 일들은 상당수의 주부 시청자들이 원치 않은 ‘해피 엔드’로 마무리 될 소지가 많다. 법정이 화해나 타협을 매개하는 장치로 사용되는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나치게 과장된 상황설정, 시청자의 흥미를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형식적인 대립, 오삼숙과 장진구를 둘러싼 캐릭터들의 진부한 관계 등을 보면 ‘아줌마’의 결말은 결국 화해를 유도하는 보편적인 정서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드라마 ‘아줌마’가 남편과 숱한 전쟁을 치뤄야할 아줌마들의 ‘제몫찾기 운동’을 위해 비판의 대상이 될지, 옹호의 대상이 될지 궁금하다.
<문화평론가> sangyeun@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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