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 ‘레드 플래닛(Red Planet)’은 현란한 특수효과만 앞서는 요즘 SF영화들 사이에서 주제와 캐릭터의 복권을 시도하는 듯한 영화다. 화성에 생명체가 살 수 없다는 상식은 과연 진실일까. 만약 생명체가 살고 있다면 이는 과연 인간에게 유익한 것일까. 이 영화는 화성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상식과 정반대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늙은 조종사의 말처럼 “과학으로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주제를 끄집어낸다.
캐릭터를 중심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려는 시도는 우주선 본선과 분리된 셔틀만 화성에 불시착하게 되면서부터 두드러진다. 화성에 도착한 갤러거(발 킬머)등 4명의 대원은 제한된 양의 산소와 시간, 탐사를 위한 로봇은 제 멋대로 날뛰고 귀환 우주선은 2명밖에 탈 수 없는 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 설정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개발이 너무 미미하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한계. 4명의 대원은 잘 구별이 안될 뿐더러 갈등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야기’를 강조하려 했으나 시각적으로 돋보이는 셔틀의 불시착 장면과 마지막 귀환 장면을 제외한 중간의 ‘이야기’가 내내 보는 이의 인내를 요구한다는 점이 이 영화의 아이러니다. 감독은 ‘버드와이저’ 등의 CF광고로 유명한 앤서니 호프만. 30일 개봉. 12세이상.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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