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회학자는 ‘지리적 발견의 시대가 끝난 뒤, 일확천금의 모험을 감행할 수 있는 공간이 은행속 금고로 제한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한국영화에서 은행털이를 전문적으로 다룬 영화는 드물다. 그런 한국영화에 ‘지리적’ 모험정신이 충만한 영화가 한편 나왔다. 이름부터가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름을 딴 ‘자카르타’다. 자카르타는 범죄은어로 ‘완전범죄’를 뜻한다. 한날 한시 은행금고를 노리는 세 팀의 은행털이들은 저마다 완전범죄를 꿈꾸며 끊임없이 “우리는 자카르타로 간다”고 외쳐댄다.
무자비한 살인도 불사하는 형제강도 해룡(김상중)과 두산(박준규), 투자금융사 부사장과 직원으로 내연의 관계에 있는 사현(윤다훈)과 은아(이재은), 금고털이 전문범 블루(임창정) 레드(진희경) 화이트(김세준).
이들 세팀은 신생투자금융사에 300만달러가 입금되는 날을 노리고 저마다 치밀한 범죄계획을 세우지만 예상 못했던 상대를 만나 허둥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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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곳곳에 반전과 재반전의 장치를 숨겨놓고 관객과 두뇌게임을 신청한다. 하지만 극 초반부 강렬한 긴장감을 불어넣어주지 못한 탓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공들의 속고 속이는 음모가 숨가쁘게 다가오질 못한다. 출연진의 비중이 너무 고른 것도 관객의 허를 찌르는 묘수를 부리는 데 걸림돌이 됐다. 마지막 반전도 관객이 무릎을 치게하기엔 뭔가 허전하다.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 출신의 정초신 감독이 시나리오와 연출을 함께 맡았다. 30일 개봉. 15세이상.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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