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뉴미디어의 강세와 위성방송, 디지털TV, HDTV 등 방송환경이 급속히 변화하는 가운데 드라마에도 새로운 형식을 도입한 작품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는 8일부터 방송하는 SBS 4부작 드라마 <남과 여>는 '오픈 드라마'라는 색다른 형식을 도입한 드라마이다. '오픈 드라마'는 '공허한 사랑놀음'이라고 비판받는 기존 드라마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도하는 방식.
일단 드라마 소재가 실생활에 밀착된 소재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터넷에 <남과 여> 코너를 마련해 감상평뿐만 아니라 드라마 소재나 에피소드를 공모한다.
사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표방한 만큼 예쁘고 아기자기한 내용 보다는 친구 아내와의 사랑이나 밑바닥 인생들의 절망적인 애정행각 등 방송에서 조심스럽게 그려지던 이야기들을 과감하게 다룰 예정이다.
또한 <남과 여>는 매회 독립된 이야기 구조를 지닌 단막극 형태를 취하면서도 주요 연기자들은 전회에 걸쳐 고정된 배역으로 등장한다. 김태우 김정은 김효진 조민기 김민등 남녀 연기자들이 각 에피소드마다 번갈아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드라마를 끌어간다. 매회 새로운 소재와 주제로 드라마가 전개되지만 전편에서 발생한 인물 사이의 갈등이나 사건은 그대로 연결되는 이야기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1화 '왜 남자는 어린 여자에게 집착하는가?'에서 1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조민기에게 당돌한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 스무살의 처녀 김효진이 2화 '사랑에 미치다'에서는 자신을 무시한 가스배달부 정소영에게 광기어린 애정을 보낸다. 또 1화에서 애인 조민기에게 버림받은 김정은은 4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는 김태우와 휴대폰이 인연이 되어 만나게 된다.
이처럼 각각의 연기자와 에피소드들이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가며 하나의 일관된 주제를 만들어가는 <남과 여>는 영화 <중경삼림>이나 <매그놀리아> 등의 이야기 구조와 유사하다. 그동안 '드라마 전개는 단순할수록 좋다'는 드라마 제작 관행과는 정반대 노선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난 11월에는 '인디 드라마'라는 방식으로 KBS 2TV <동시상영>이 기존 드라마 방식에 도전장을 냈었다. 시트콤의 형식을 드라마에 차용한 <동시상영>은 30분짜리 드라마 2편을 연달아 방송하는 특이한 편성에 매 회 고정 연기자들이 전 회와 다른 새로운 역으로 등장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디지털 시대,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차세대 드라마'의 가능성을 찾으려는 이런 시도들이 주말극과 미니시리즈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김재범<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