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가출청소년들의 삶을 다룬 100% 디지털 영화 「눈물」을 충무로에 도전적으로 내민 임상수(40) 감독은 디지털 제작의 장점을 "화면의 질이 다르다는 사실만 감수하면 오케이(OK)"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카메라 표현이 한층 자유롭다"는 임 감독은 최근 이 영화 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제작비는 5억원 밖에 들지 않았다"는 말로 디지털 영화의 매력을 거듭 피력했다.
40-50억원에 육박하는 한국영화 제작비 상승추세를 감안하면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고집하고 있는 그의 평소 지론에 어긋남이 없는, `실험적인' 제작방식에 충실한 것임에 분명하다.
"물론 디지털 영화의 경우 감독의 노동강도가 한층 세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현장성과 기동성이 뛰어납니다. 여기에다 보통 50회 가량 촬영하는 기존영화와 달리 이 영화는 29회 정도밖에 찍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배우들의 자유로운 연기를 따라 가면서 담을 수 있어 영화의 사실감을 극대화하는 데 제격이었다는 얘기였다.
당초 지난 96년 장편 데뷔작으로 염두에 뒀던 가출청소년들의 이야기인「나쁜잠」이 이번에 「눈물」로 만들어졌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생양아치 영화'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영화를 위해 만났던 수많은 거리의 아이들의 삶은 대단히 다이내믹했다. 그런 생동하는 느낌을 담아내려 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이를 위해 1년동안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쪽방'을 얻어, 안경 노점상을 하며 가출청소년들의 삶을 몸소 체험했다고 한다.
밀착취재를 통해 꺼집어낸 10대들의 `은어' 사전의 생생함은 "시나리오는 (손이 아니라) 발로 쓰는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 한껏 묻어났다.
그러면서 그는 "10대들의 가출은 주변환경이 만들어 내고 있다고 보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도 빼놓지 않아 따뜻한 애정과 연민의 정을 느끼게 했다.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와 궤를 같이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져봤더니 "「나쁜 영화」는 절반의 실패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형식실험 측면에선 성공했다고 볼 수 있으나 내용면에선 실패한 것 아니냐"고 대꾸했다.
[연합뉴스=이명조 기자] mingjo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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