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쿠스코->아이에겐 무겁고 어른에겐 가벼운

  • 입력 2001년 1월 11일 19시 04분


중동(‘알라딘’)과 중국(‘뮬란’), 신대륙(‘포카혼타스’)을 거쳐 아프리카(‘타잔’)까지 건재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남미의 정글숲으로 들어갔다가 남미산 코카인에 취하기라도 한 것일까. ‘쿠스코? 쿠스코!’(The Emperor’s New Groove)는 선악구조가 뚜렷한 뮤지컬이라는 종래 디즈니의 문법을 깨고 성인풍의 시트콤으로 돌변했다.

잉카제국의 수도에서 이름을 딴 쿠스코는 남미 고대제국의 젊은 황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드며 자기밖에 모르던 이 천방지축 폭군은 자신의 여름별장 ‘쿠스토피아’를 짓기위해 한 언덕마을을 통째로 없애버리는 것도 개의치않는다. 하지만 역모를 꾀한 여자마법사 아즈마에게 속아 라마(고산지대 서식하는 가축)로 변해버린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그 언덕마을의 농부 파차뿐이란 것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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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하고 이기적이면서도 한구석엔 따뜻한 인정을 지닌 쿠스코는 종래 디즈니의 뚜렷한 이분법적 선악관에서 벗어난 인물. 역시 디즈니의 특기라 할 수 있는 서정적 선율에 실린 노래가사도 사라지고 속사포같은 말장난이 가득하다. 심지어 등장인물이 관객에게 말을 거는 소격효과까지 등장한다. 변신을 꾀한 것은 좋았으나 스팅의 애절한 음악에 코미디라니. 어린이 관객은 어리둥절하고 어른은 심드렁할 수밖에 없다. 13일 개봉. 전연령 관람가.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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