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이 '월드스타' 강수연의 드라마 출연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지난 85년 MBC 드라마 <당신>을 끝으로 안방극장을 떠났던 강수연은 다음달 5일부터 방송하는 SBS 사극 <여인천하>(김재형 연출)의 주인공 정난정 역으로 16년만에 드라마에 복귀한다. 문제는 그녀가 그동안 '영화에 전념하겠다'라는 공언을 깨고 드라마에 나오면서 받게 되는 출연료. SBS측은 그녀의 출연료가 회당 200만원대라고 밝히고 있지만 방송가에서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 못하고 있다. 방송가의 일반적인 관측은 적어도 회당 300만원은 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다. 방송사들은 지나친 제작비 상승을 막기 위해 톱스타들의 출연료 상한선을 미니시리즈를 기준으로 회당 200만원으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강수연의 출연료는 이 상한선을 한참 뛰어넘은 것. 이미 채시라가 SBS <여자만세>에 출연할 때 회당 250만원을 받는 등 상한선이 유명무실해지고 있지만, 강수연의 출연료가 드라마에서 한창 줏가가 높은 톱스타들의 자존심을 자극할 것은 당연한 일.
이미 특급 대우를 받는 여러 스타들이 출연 계약을 앞두고 강수연의 예를 들며 버티고 있다는 후문이다. 아무리 강수연이 월드스타라고 해도 현재 시청자들의 인기도를 감안할 때 자신들도 전혀 밀릴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SBS는 부정하고 있지만, 강수연이 시청률에 따른 '러닝 개런티'를 요구했다는 소문은 이런 스타들의 불만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러닝 개런티'는 사전에 약속한 흥행 성적에 따라 나중에 추가로 보상을 받는 것으로 영화계 톱스타들에게는 일반화된 출연계약방식. 하지만 그동안 방송에서는 이런 식으로 계약을 한 적이 없었다. 만약 소문대로 강수연이 '러닝 개런티'를 받게 될 경우에는 앞으로 다른 스타들도 시청률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요구할 것이 불 보듯이 뻔한 일이다.
때문에 KBS와 SBS는 출연료 인풀레를 부채질한 SBS에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답답하기는 SBS도 마찬가지. 벌써 <여인천하>에 출연하는 다른 여자 스타들이 강수연에 대한 지나친 대우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또 제작비를 10% 감축하는 등 다른 프로그램에는 긴축운영을 요구하면서 사극 한 편에 지나친 특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냐는 PD들의 불만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인천하>관비의 딸로 태어나 정경부인까지 오른 여걸 정난정의 일생을 그린 대하 사극으로 지난 해 KBS와 MBC의 사극에 기죽어 지냈던 SBS가 야심적으로 꺼낸 카드. <용의 눈물>의 김재형 PD를 영입하고 '웬만한 여자 연기자는 다 등장한다'고 할 정도로 캐스팅에도 온갖 공을 들인 역작이다.
숱한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과연 <여인천하>가 '월드스타'를 영입한 효과를 보게될지 요즘 방송가의 관심은 다음달 초 안방극장의 판도에 쏠려 있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