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성공시대>의 주인공들이 말하는 성공비결은 어찌보면 너무 뻔해서 배신감을 느낄 정도다. 하지만 재능보다는 '노력을 하라!'든가 '기회를 잡아라', '나 자신을 잘 알아라!' 같이 뻔한 일조차 제대로 못하는 게 우리 중생이고 보면 그 뻔한 성공비결도 인생의 지혜일 수 있겠다.
내가 <성공시대>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러이러한 일로 성공했다'는 거창한 타이틀보다는 인생의 말년에 "아!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내 인생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주인공들의 여유 때문이었다. '내가 저 나이가 되어 내 인생은 성공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자신이 없는 게 사실이다. 자연 인생의 희노애락을 충분히 경험한 주인공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귀가 쏙쏙 들어오고, 젊었을 적 가슴아픈 실패나 뼈아픈 실수까지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노년의 여유가 참으로 부러웠다.
그런데 요즘 <성공시대>는 예전보다 한참 젊어졌다. 아마도 <쉬리>의 강제규 감독부터였다고 생각되는데 흰머리 하나 찾기 힘든 '한창 날리는' 사람들이 자신있게 "나 이러이러하게 성공했소!"라고 말한다.
물론 21세기는 디지털 시대. 2, 30대 CEO가 더 이상 뉴스가 되지 못할 정도로 젊고 패기만만한 천재들이 활약하는 시대라는 거 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성공은 아직 진행형이다. 인생의 반도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평균수명이 더 늘어나서 1/3정도 산 건지도 모르겠다) 성공비결 운운하는 게 왠지 위험해보이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성공시대>에 출연한 후 부도가 난 나산그룹의 나승렬 회장은 50대였는데도 성공의 과정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게 인생인데, 하물며 3, 40대의 성공이라.…. 그 사람들, 전문직 종사자로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국민에게 "나 성공했소"라고 말하기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전에 <성공시대>를 기획한 방송사의 국장이 "성공시대는 TV시대의 위인전이다"라고 말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어린 시절 위인전을 읽고 감동받은 이유는 그 사람의 화려한 업적보다는 그 과정에서 겪은 인간적 고뇌와 결단 때문이다. 아무리 빛보다 빠른 디지털 시대라지만 인생의 실패와 성공을 충분히 경험한 사람들의 잘 익은 성공담이야말로 진짜 '성공시대'의 이야기꺼리다. 요즘 잘나간다는 젊은 성공인생들의 이야기는 나중에, 훨씬 더 나중에 들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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