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영하 20도 추위와 싸운 god와 이홍렬의 김치 만들기

  • 입력 2001년 1월 17일 17시 25분


"대단하다! 대단해."

지난 16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한 김치공장. 방한복으로 완벽하게 '무장'을 하고 나타난 이홍렬은 연신 "대단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곳의 이 날 온도계 수은주는 영하 2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홍렬이 이처럼 매서운 혹한이 몰아치는 날 굳이 파주에 온 까닭은? 그는 인기그룹 god와 함께 이날 직접 김치를 담기로 했다. SBS <이홍렬쇼>는 지난 1년간 인기코너인 '참참참'에서 소개한 요리를 판매해 얻은 9300만원의 수익금을 얻었는데 이를 불우이웃돕기를 위해 쓰기로 한 것. 경기도의 어려운 소년소녀들을 위해 김치와 쌀을 선물하는데 그냥 선물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성을 담기 위해 '사랑의 김치'를 만드는데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나섰다.

하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뜻있는 일을 하겠다고 모였지만, 날씨는 이홍렬과 god의 편이 아니었다. 매서운 추위는 한낮에도 영하 10도 밑에서 맴돌았고, 거기에 살을 에는 바람까지 불었다. 하지만 god가 온다는 소문을 듣고 오전 10시부터 공장을 찾아온 god의 열성 팬들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각종 플래카드를 들고 그들을 기다렸다.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god를 기다리던 이홍렬은 그들을 보며 "대단하다 대단해"를 연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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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쇼> 'god 김치대작전' 사진모음-1
<이홍렬쇼> 'god 김치대작전' 사진모음-2

요즘 매일 아침부터 새벽까지 거의 쉴 틈이 없다는 god는 이날 겹치는 방송일정 때문에 오후 3시가 넘어 나타났다. 겨울 해가 짧기 때문에 이들은 피곤한 몸을 쉴 틈도 없이 바로 김치 만들기에 들어갔다. 우선 작업에 앞서 출연자 모두에게 맛있고 위생적인 김치를 만들기 위해 위생복과 위생모 앞치마 고무장갑이 지급됐다.

그런데 여기서 작은 문제가 발생! 주로 아줌마들이 일하는 김치공장의 위생복이 남달리 체격이 큰 김태우의 몸에 맞을 턱이 없었다. 구하고 구한 끝에 가장 큰 사이즈를 구했지만 여전히 남에게 빌린 듯 깡총하니 작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실내라고 하지만 김치공장 안의 추위도 매서웠다. 공장의 특성상 난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바닥에는 얼음까지 얼어 있는 상황에서 이홍렬과 god에게 떨어진 첫 임무는 배추 다듬기. 작업반장 아줌마로부터 요령을 들은 후 배추 다듬기에 나섰는데, 소금에 절여놓은 배추가 이만저만 차가운 것이 아니었다. 고무장갑 안에 따로 면장갑을 꼈지만, 곧 그들은 손끝이 저릿해오는 차가움과 싸워야 했다.

"야!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배추를 다듬냐? 아줌마들 대단하지?" 이홍렬은 이날 유난히 즐겨 사용하는 '대단하다'는 말로 김치공장 아줌마들을 칭찬했고, god의 '분위기 메이커'인 태우는 금세 그의 말을 따라해 말끝마다 '대단하다'를 연발. 이미 '참참참'에서 조신한 요리 실력을 보여준 이홍렬은 배추 다듬기에서도 꼼꼼하고 익숙한 칼질을 보여주었다. 처음에 추위에 몸을 움추렸던 god도 차츰 일이 손에 익으면서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특히 김치담그기의 묘미라는 '맛보기'에 재미를 붙여 배추를 다듬으면서 연한 속잎이 보이면 얼른 입으로 넣기 바빴다. 특히 데니는 이날 김치를 만들러 온 것인지, 아니면 맛보러 온 것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로 배추 속잎 먹는데 정신이 없었다.

배추 다듬기가 끝난 후 그들은 무채를 만드는 팀과 김치 속을 만드는 팀으로 나누어 작업에 들어갔다. 언제나 듬직한 god의 맏형 준형은 이날도 동생들을 격려하며 김치 만들기에 앞장서 눈길을 끌었는데. 특히 무거운 재료들을 번쩍 번쩍 드는 모습에 작업과정을 지켜보던 아줌마들로부터 "역시 준이 오빠가 최고"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김치공장의 아줌마들은 god 멤버 다섯명 전원의 이름을 정확히 알 뿐만 아니라 그들의 히트곡 '거짓말'의 후렴구까지 알고 있어 제작 스태프들과 매니저까지 놀라게 했다.

"우리 모두 '재민이의 육아일기' 팬이라우. 그런데 왜 재민이는 안 데려왔어?"

언 손끝을 호호 불며 열심히 작업을 한 끝에 마침내 김치담그기의 하이라이트라는 속 넣기 도전. 모두 배추 앞에 둘러서서 열심히 작업을 했지만, 작업반장 아줌마의 눈에는 영 어설프기만 했다. "이렇게 배추 속이 허옇면 안돼죠. 다시 해요." 아줌마의 핀잔에 계상과 데니는 다시 처음부터 김치속을 넣기 시작. 그러나 멤버중 유일하게 호영의 김치 만드는 실력은 아줌마들이 모두 인정할 정도로 탁월했다. "역시 재민이 왕엄마는 뭔가 달러."

추위와 싸우면서 김치 만들기에 도전한지 5시간이 넘어섰지만, 아무래도 초보인 이들의 작업속도는 지지부진하기만 했고, 결국 베테랑 아줌마들에게 도움을 요청. 아줌마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태우가 가서 즉석에서 '거짓말'을 라이브로 부르는 등 갖은 '애교'를 부린 덕에 도움을 얻는데 성공했다. 아줌마들의 도움으로 김치 담그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밤 9시가 넘어 끝난 김치 담그기에 이어 이홍렬과 god가 향한 곳은 인근 법원리에 위치한 한 집. 부모님을 여의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사는 중학생 소녀에게 그들이 준비한 김치와 쌀을 직접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더구나 그 소녀는 god의 팬, 특히 호영의 열렬한 팬이어서 god의 방문은 뜻깊었다. 직접 만든 김치와 쌀을 들고 방문한 god는 소녀의 방 벽에 붙어있는 자신들의 브로마이드에 전원이 정성들여 사인을 했다. 그리고 방문 기념으로 즉석에서 아카펠라로 '거짓말'을 열창.

밤 10시가 되어 끝난 '특집 참참참'이 끝나자 이홍렬과 god는 분주히 발길을 재촉했다. 이날 이홍렬은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촬영이, god는 KBS2 <야! 한밤에>의 녹화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 다시 다음 스케줄을 위해 발길을 재촉하는 그들을 지켜보던 동네 주민. "대단하다! 대단해. 연예인이 역시 힘들구먼."

이날 촬영한 <이홍렬 쇼> 'god 김치대작전'은 오는 31일 특집으로 방송한다.

파주=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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