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개월내 방영을 앞둔 대형 사극은 세편. SBS 월화드라마 <여인천하>가 2월5일부터 방영을 시작하며 MBC는 수목드라마 <아줌마>의 후속으로 <홍국영>을 준비 중이다. KBS2도 4월중순부터 수목드라마로 <명성황후>를 방영할 계획이다. <여인천하>와 <홍국영>은 50부작으로 예정됐으며 <명성황후>는 100부작까지 검토되고 있다.
대형 사극에선 호흡이 긴 대사를 자연스레 소화해내면서 동시에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강한 연기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역량을 갖춘 주연급 연기자는 많지 않다는게 방송국의 고민이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태조 왕건>까지 포함해 편당 최소한 50명안팎의 연기자가 투입되야할 대형 사극이 4편이나 충돌하기 때문에 주연급은 물론 조연 연기자를 구하기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사극 세편 중 방영이 가장 빠른 SBS ‘여인천하’. 우선 주인공 정난정역으로 영화배우 강수연이라는 대어를 낚았다. 또 전인화, 도지원, 김정은, 이보희, 이혜숙, 박주미, 김영란 등 사극 기용 가능성이 높은 여자 연기자를 확보한 상태. 여기에 이덕화, 박상민, 이효정, 한인수, 백윤식, 박진성 등 탄탄한 남성 연기자까지 대거 휩쓸어갔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방영시점이 늦은 KBS와 MBC는 출연진 확보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명성황후역으로 강수연을 먼저 낙점했다가 SBS에 빼앗긴 KBS는 강수연에 맞설만한 카드를 고르느라 절치부심 중.
KBS는 한때 심은하 영입을 추진하다 실패한 뒤 <공동경비구역 JSA>로 인기가 오른 이영애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영애도 95년 KBS ‘<궁>이래 6년만의 사극 도전이라는 부담감에다 한참 물이 오른 영화 출연을 1년 가까이 포기해야한다는 점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선대원군역은 유동근이 발탁될 것으로 보여 부인 전인화가 출연하는 ‘여인천하’와 시청률 다툼을 벌이게 됐다. 이밖에 김석훈 송승헌 송혜교 등 청춘스타의 영입도 추진하고 있지만 성큼 달려드는 이가 없다. 연기자 입장에서는 역사극이 다른 드라마보다 훨씬 힘이 드는데 비해 화려한 멋이 덜하기 때문.
MBC <홍국영>은 사극 분위기에 맞는 연기자를 포기하고 젊은 연기자 일색으로 출연진을 구성중이다. 홍국영 역으로 SBS <메디컬 센터>에서 바람둥이 의사역으로 나오는 김상경을, 정후겸 역으로 MBS 시트콤 <세친구>에서 역시 의사역을 맡은 정웅인을 낙점했다. 홍국영을 짝사랑하면서 정후겸의 첩실이 되는 여주인공 여옥역은 정소영과 염현희 등 99년 선발된 28기 공채 탤런트 중에서 선발할 예정이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