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캐스트 어웨이>톰 행크스의 원맨쇼

  • 입력 2001년 1월 22일 15시 32분


「포레스트 검프」로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할리우드 최고스타 톰 행크스가 다시 만나 휴먼블록버스터 한편을 선보였다.

미국에서 지난해말 개봉한 이들의 신작「캐스트 어웨이」(Cast Away)는 지금까지 흥행 1순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유럽 등 해외에서도 박스오피스를 휩쓸어 새해 벽두부터 세계영화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은 물론 남태평양, 모스크바 등 세계 각국을 누비며 16개월간에 걸쳐 촬영된데다 제작비로만 9천만 달러가 투입된 초대작이라는 점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런 명성에 걸맞게 현란하면서도 웅장한 스펙터클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위압적인 대자연 앞에서 나약하기 그지 없는 인간의 필사적인 사투를 코믹하게 담아냄으로써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단단한 외피와는 어울리지 않게 스크린은 온통 톰 행크스의 일거수 일투족으로 가득차 있다. 그야말로 `톰 행크스에 의한, 톰 행크스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143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의 3분의 2 가량을 톰 행크스 혼자서 이끌어간다.

이 때문에 93년 「필라델피아」, 95년 「포레스트 검프」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2번씩이나 거머쥔 그가 벌써 3번째 아카데미상에 바짝 다가갔다는 평단의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물론 「포레스트 검프」로 아카데미 최우수감독상을 받은 저메키스 감독도 올해아카데미상 예비후보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간 낭비는 죄악'이란 신조를 갖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친듯이 일에 몰두하던 항공택배 업체인 `페덱스'의 직원인 `척 놀랜드'(톰 행크스)는 사랑하는 여인`캘리'(헬렌 헌트)와 크리스마스 연휴를 즐길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외국출장을 떠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비행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그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태초의 인간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필사적인 탈출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문명사회에서의 역동적인 삶과 경외로워 보이는 외딴 섬에서의 애처로운 몸짓의극단적인 대비가 저메키스 감독의 노림수처럼 보인다. 카메라렌즈가 무인도에 갇힌톰 행크스의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의 미세한 움직임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느릿느릿 담아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그의 처절한 섬생활 묘사는 역으로 문명사회에 바치는 헌사(獻辭)같기도 하다.

시나리오 작가 윌리엄 브로일즈는 현실감있는 표현을 위해 직접 무인도 체험을했다고 한다. 제작팀은 지난 98년부터 촬영장소를 물색하느라 피지섬 연안을 샅샅이 뒤진 끝에 무인도 모누리키 섬을 찾아냈다는 등 뒷얘기도 전해진다. 2월3일 개봉.

[연합뉴스=이명조 기자] mingjo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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