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의 대중문화 째려보기]박경림이 아름다운 이유

  • 입력 2001년 1월 22일 15시 41분


주말이면 사각공주를 만납니다.

MBC의 프라임 시간대에 방송되는 '목표달성 토요일'과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휘젓고 다니지요. '동거동락'에서는 남자들보다도 터프하게 게임을 풀어나가고, '건강보감'에서는 기라성 같은 선배인 이경규, 신동엽, 김용만 사이에서 천연덕스럽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군요. CF 쪽의 개성 연기도 인상적입니다. 변비에 걸려 하늘로 날아가지 못하는 천사, 모과음료를 들고 즐거워하는 소녀.

박경림은 왜 그렇게 인기가 있을까요? 하나하나 뜯어보면 연예인이 되기에는 참 많은 약점을 지녔는데도 말이죠. 각진 얼굴이야 '아네모네'로 이미 데뷔 시절부터 공인된 것이고, 모창이나 성대모사도 자기는 똑같다고 우기지만 사실 노력한 만큼 비슷한 건 아닙니다. 걸걸한 목소리도 장점이 될 수는 없겠죠. 그렇다고 단순히 향단이 스타일로 대중들에게 다가서는 것도 아니지요.

먼저 타고난 순발력.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파견문록'에서 박경림은 천하제일의 눈치왕이었지요. 상대팀의 눈짓이나 말투만 살피고도 답을 유추하는 솜씨는 정말 탁월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솔직함.

대부분의 여자 연예인들이 이쁜 '척', 연약한 '척', 착한 '척'을 하는데 반해, 박경림은 그런 '척' 자체를 혐오합니다. 좋은 것은 좋고 싫은 것은 싫다는 자기 표현이 확실하지요. '동거동락'에서 강현수가 추파(?)를 던질 때, 보통 여자 연예인들이라면 난처해하며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가겠지만, 박경림은 부담스럽고 싫다고 딱 잘라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이게 가장 중요한데, 당당함.

박경림은 어느 곳에서도 절대로 주눅 들지 않지요. '건강보감'에서 선배들이 간혹 외모나 목소리를 트집 잡아 농담을 던지더라도 변명을 하거나 물러서는 법이 없습니다. 오히려 고개 뻣뻣하게 들고 '그래, 그게 나야!' 라고 주장하지요. 그리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가 당한 만큼 되돌려줍니다. 토크쇼에 나와서 들려줬던 이야기들 중에서 이런 당당함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질문1 : 성형수술을 생각한 적은 없나요?

대답1 : 성형수술 하지 않고 3년만에 이렇게 아름다워진 여자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요.

질문2 : 목소리가 이상한데?

대답2 : 그래도 라디오 출연하는데 아무 지장 없어요.

솔직하고 당당하다는 것이 반드시 삶을 편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사회생활을 하는 데 상처가 되고 고통이 될 때가 더 많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맨 얼굴로 다니거나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을 꺼립니다. 박경림의 솔직함과 당당함 뒤에도 그녀만의 아픔이 있겠지요. 가리는 것보다 드러내는 것이 휠씬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가리거나 움츠려드는 것보다 당당하게 세상으로 걸어나와서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그것은 어떤 용기일 테니까요.

박경림은 아직 젊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그녀가 미인들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는 화장품 CF에도 여러 편 출연해서, 그녀 특유의 아름다움을 선보였으면 합니다. 서재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거실에서 그녀 특유의 웃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수 백 명의 여자 가운데서도 뚜렷이 구별되는군요. 박경림의 열성팬인 아내가 손뼉을 치며 좋아합니다. 벌써 즐겁고 행복해지는군요. 이만 사각공주 마마를 알현하러 가야겠습니다.

소설가 김탁환(건양대 교수) tagtag@kytis.ko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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