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인터뷰]독립영화의 여왕 줄리안 무어

  • 입력 2001년 1월 25일 18시 27분


스키 리조트로 이름난 미국 유타주 파크 시티는 인구 3000여명의 한적한 마을이지만, 해마다 1월이 되면 2만여명이 몰려 크게 붐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독립 영화축제인 선댄스 영화제가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 길거리의 사람들은 두 부류다. 스키어가 아니면 영화제 참가자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독립영화에 기여한 영화인에게 주는 파이퍼―히직 상을 탄 배우는 줄리안 무어(41). 그는 할리우드 대규모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상업영화와 신인 감독의 재기발랄한 독립영화, 거장의 실험적인 영화들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카리스마 넘치는 재능을 발휘해온 흔치 않은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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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숏컷>(1993)을 통해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부기 나이트>(1997), <매그놀리아>(1999)에 출연하며 ‘독립영화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또 흥행대작인 <쥐라기 공원:잃어버린 세계>(1997)에도 출연했고 지난해에는 <애수>(1999)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올해 할리우드 최고의 화제작 가운데 하나인 <한니발>의 주연을 맡아 2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22일 파크 시티 야로우 호텔에서 만난 그는 “선댄스에서 이 상을 준다는 팩스를 받고 너무 좋아 펄쩍펄쩍 뛰어다녔다”고 붉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유쾌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 파이퍼―히직 상 수상자인 니컬러스 케이지, 케빈 스페이시 등이 이 상을 받고 나서 곧 이어 아카데미 주연상을 탔다는 점을 상기시키자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상의 영광보다 재미있는 파티 때문에 더 가고 싶은 곳이다. 인생에서 소중한 건 상을 타는 것보다 일을 한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리들리 스코트 감독이 연출한 <한니발>은 조디 포스터, 앤서니 홉킨스가 주연한 <양들의 침묵>의 속편. 줄리안 무어는 1편에서 조디 포스터가 열연한 FBI요원 스탈링 역할을 맡았다.

그는 “걸작의 속편인데다 1편에서 조디 포스터가 보여준 완벽에 가까운 연기가 자꾸 생각나 촬영기간 내내 잠을 못잘 정도였다”면서도 “기대에 못미칠지, 또 다른 캐릭터가 나올지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모르지 않겠느냐”며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애수> 등의 영화에서 서늘한 표정 밑에 감추어진 어두운 그늘, 격렬한 욕망을 탁월하게 묘사한 그는 “연기를 할 때 어떤 극단적 캐릭터라도 바로 나 자신 혹은 친구의 이야기를 한다고 마음먹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세이프>를 찍으면서 이런 연기의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아를 열고 나 자신과 역할을 동일시할 때 ‘맞아, 이건 내가 알고있는 감정이야’하는 깨달음 같은 것이 생긴다.”

최근 선댄스 영화제가 할리우드를 본 따 상업화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할리우드는 할리우드라는 지역을 떠나 세계 모든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댄스에는 독립영화를 지지하고 젊은 재능을 발견하는 정신이 살아있다”고 말했다.

<파크시티(미국)〓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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