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안방극장에서 가장 큰 기대와 관심을 모으고 있는 SBS 대하사극 <여인천하>. 강수연이 16년만에 드라마에 출연해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은 이 드라마가 지난 29일 경복궁에서 첫 야외 촬영을 했다.
매서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보도진이 몰린 이날 촬영장에 한복 곱게 차려입고 나타낸 강수연은 뜻밖에 얼굴이 퉁퉁 붓고 피부에 뾰루지가 생겨 제작진은 긴장시켰다. 국제 영화제에서 두 번이나 여우주연상을 탄 그녀가 뜻밖에 긴장으로 인한 스트레스성 피부염에 걸린 것. 거울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촬영 연기를 요청했지만 연출자 김재형 PD의 강력한 의지 때문에 카메라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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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제작 현장 스케치 |
이날의 '작은 해프닝'은 이 드라마에 대해 그녀가 갖는 비중을 단적으로 말해준 일화였다. 사실 강수연의 입장에서 <여인천하>에서 어쩌면 '잘해야 본전'인 불리한 게임이다. 그동안 영화에서 연기자로서 쌓아온 화려한 명성을 걸고 과감한 모험을 한 이번 출연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더라도 해외영화제 심사위원까지 맡았던 그녀의 명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일 수 밖에 없다. 오히려 만에 하나 시청률이 기대 이하로 저조하면 그 모든 비난은 그녀가 다 받아야 할 상황이다.
더구나 방송사와 본인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그동안의 관례를 깨는 엄청난 출연료를 받아 이래저래 타사로부터 곱지 않은 눈총을 받고 있는 처지이다.
이미 MBC는 사극 <홍국영>에 과감하게 김상영 정웅인 정수영 등 젊은 얼굴들을 포진해 강수연 전인화 도지원 박상민 등 스타의 이름값으로 승부하는 SBS와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KBS 역시 <태조왕건>의 후속인 <명성왕후>에 유동근을 대원군으로 일찌감치 캐스팅하는 등 정면 대결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여주인공인 민비 역에는 <공동경비구역 JSA>의 이영애가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수연이 부담과 긴장을 느끼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 스트레스성 피부염도 며칠째 정난정의 성격을 두고 밤잠 못자며 고민하다 얻게 된 달갑지 않은 선물이다. 연기에 대한 센스와 열정은 타고났다는 강수연이 과연 16년의 '벽'을 뛰어넘어 안방극장에서 사랑 받을지는 어느 누구도 선뜻 장담을 못하고 있다.
강수연의 연기력과 지명도만 놓고 본다면 언뜻 큰 걱정이 없지만, 사극이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주연 못지 않게 그들을 받쳐주는 조연들의 활약도 큰 관건이다. 사극 붐에 불을 지핀 KBS1 <용의 눈물>도 유동근 최명길 외에 김흥기, 임혁, 선동혁, 김무생 등 탄탄한 조역들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오는 5일 첫 방송을 탈 <여인천하>. 그 결과를 놓고 이래저래 '월드스타'는 요즘 밤잠 못이루고 있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