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난 여성지를 밑줄 쳐가며 외우는 것도,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캐는 것도, 또는 방송사 주변을 알짱거리며 뜬소문을 주워듣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아침마다 SBS의 주부 대상 토크 프로그램 <한선교·정은아의 좋은 아침>을 볼뿐이다.
주부라고 꼭 요리나 육아만 관심 있어야 하는 법 있나? 살림에 짜증난 주부들이 <한선교·정은아의 좋은 아침>을 보는 이유는 이 프로엔 구질구질한 일상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곱게 차려입은 연예인들이 나오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연예인의 집이 곁들여 선보여지고, 육아법, 살림법이란 타이틀로 포장된 멋진 살림살이가 나온다.
이런데 어찌 아니 볼 수 있으랴? 주부란 원래 남의 살림살이에 관심이 많은 법인 것을….그러니 누구네 집 TV가 몇 인치인지 부엌칼이 어디 제품인지까지 주루루 꿰고 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또 '좋은 아침'은 철저히 주부의 눈높이에 맞춘 토크를 선보인다. 10대 20대들이 '결혼 안한 스타의 이상형이나 누구랑 사귄다는 것이 사실인가?'라는데 관심이 많다면 주부들은 결혼한 스타가 얼마나 큰집에 어떻게 해놓고 사는지, 아이는 왜 아직 없는지, 남편이랑 싸우면 누가 먼저 화해하는지…, 뭐 그런 걸 궁금해한다. 그래서 요즘 잘나간다는 젊은 스타가 나오면 오히려 주부들은 시큰둥한다. '지들이 얼마나 인생을 알아?'하며.
심야의 토크쇼에서는 절대 물어보지 않는 그런 자질구레한 것을 한선교 아저씨는 맘씨 좋게, 그러나 예리하게 묻는다. "근데 이혼한 이유가 진짜 뭐예요?" 라든가 "요즘 두 분 사이가 안 좋다던데 정말이예요?" 등등…. 그럼 연예인들은 눈물을 찔끔거리며 신세한탄을 하고 그럼 주부들은 '잘 나가는 스타도 어쩔 수 없구나'하며 이상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기도 했던 것이다.
근데 요즘은 그 예리함, 자질구레함이 삐딱선을 타고 있다. '한발 앞선' 주부를 만들어주기 위함인지 다른 연예정보 프로그램들이 방송하기 전인, 화요일 아침부터 연예정보를 방송하는데 그 자세함과 수다스러움은 타 방송과는 격을 달리한다. 프로듀서가 출연해 자기가 몸소 겪은 연예가 뒷얘기를 화끈하게 털어놓는데 "걔? 옛날엔 안 그렇더니 요즘 뜨더니…"하는 수준이다. 물론 귀는 솔깃하다. 뺀질뺀질한 스타들이 뻔한 거짓말하는 것만 보다가 전문가(?)의 생생한 증언을 듣는 게 한결 속시원하지 않은가? 다들 그럴꺼다.
"어, 누구 코디가 그러는데…"라며 시작되는 얘기는 더 솔깃해서 듣게 되고 "그 프로그램 작가가 그러는데…"하면 100% 사실로 믿어버리게 되고, 이런 뒷 얘기가 당당히 카메라 앞에 나선게 '좋은 아침'의 현실이다.
이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토크와 비화를 섭렵하고 나면 굳이 여성지를 들추지 않아도, 소문을 주워담지 않아도 연예박사되게 되어 있다. 때때로 "내가 이 시간에 왜 저런 얘기를 듣고 앉아있나? 청소나 해야지"하기도 한다. 너무 한심한 거다. 어쩌다 주부의 '좋은 아침'이 온통 연예인의 앞얘기·뒷얘기로 도배가 됐는지, 더욱 슬픈 건 그 시간에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단 사실이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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