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JSA>흥행기록 ＂공인할 근거 없는 빛바랜 최다관객＂

‘공동경비구역 JSA’는 어디로 갔나. 한국영화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는 이 영화는 ‘신기록 돌파’이후 관객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신문의 영화 광고에도 보이지 않고, 간판을 걸고 있는 극장을 찾기도 어렵다.

흥행을 마무리한 것인가. 그렇다면 영화사는 최종 기록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알려야 한다. 흥행에 참여한 관객들에 대한 당연한 예의다. 아직도 흥행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라면 무엇 때문에 지지부진하게 끌고 있는지 역시 밝혀야 한다. ‘최고 흥행 기록’의 명예에 오히려 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월 5일, ‘JSA’는 개봉 119일만에 서울관객 245만명을 기록하며 한국영화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이전 ‘쉬리’가 세운 244만8000명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쉬리’의 기록도 놀라운 숫자였고, 그것을 1년여만에 돌파한 것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그것을 확인하는가이다. ‘쉬리’의 기록도 그렇고 그것을 돌파했다는 ‘JSA’의 신기록도 모두 영화사 측이 발표한 숫자다. ‘서편제’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영화 흥행기록은 서울의 개봉관 기준으로 계산했고, 대부분 특정 극장에서 단독으로 상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논란의 여지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여러개 극장에서 동시 개봉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관객수 집계는 ‘아는 사람만 아는’ 숫자로 바뀌었다.

서울지역의 극장들은 대부분 좌석제가 정착돼 있고, 매표 현황도 어느 정도 노출되기 때문에 관객 기록이 사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며 공인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숫자가 정확하다 하더라도 비공인 기록일 뿐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전적으로 영화사의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관객 숫자의 내용이다. 특정 영화사가 개봉 초기 분위기를 잡기 위해 무더기로 표를 매입하거나 기록을 의식해서 무리하게 흥행을 연장하는 경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기준이 필요하다.

‘JSA’의 경우 관객 200만명을 넘어선 지난해 12월부터는 극장을 붙잡아 두기 위해 입장료 수입 분배비율을 7대 3이나 8대 2까지(통상 한국영화는 극장과 제작자가 5대5로 나눈다) 높여주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져있다. 새해에는 입장료를 반액으로 할인한다는 광고가 인터넷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게해서 늘인 숫자까지 관객 기록에 포함되어 있다면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의 빛은 바랠 수 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기록을 위해 공짜로 영화를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그 숫자를 인정해야 한다는 상황을 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을 보완하고, 관객 동원 기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매표 전산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신뢰할 수 있는 기구나 기관에서 공인할 수 있어야 한다.

기록은 정확하고, 공정하며, 당당해야 한다. 더구나 ‘최고’를 가리는 경우에야. 그렇지 않다면 아무도 믿을 수 없는 ‘혼란스러운 숫자’일 뿐이다.

조희문(상명대 영화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