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TV중독증 걸린 우리 아이 고칠수 있을까

  • 입력 2001년 2월 7일 18시 43분


이번 주로 100회를 맞는 SBS의 ‘열린 TV 시청자 세상’(매주 토 낮 12시10분)은 최근 공허한 문제점 꼬집기 식의 관행을 벗어던지는 새로운 기획을 선보였다.

5주간에 걸친 ‘혁순이의 TV 바로 보기’ 코너를 통해 TV중독증에 시달리는 아동에 대한 올바른 매체교육을 직접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최혁순군은 만 8세짜리 초등학교 1학년생. 그는 하루에 TV를 4, 5시간씩 봐야 직성이 풀리는 어린이였다. 만화 방영시간에 집에 못가면 울음을 터뜨리고 밥먹을 때도 TV앞을 떠나지 않았다.

제작진은 부모의 동의아래 혁순이에게 올바른 시청습관을 키워주기 위해 공개교육을 펼쳤다. 우선 폭력성향이 짙은 만화를 못보도록 하고, TV를 시청할 경우에는 그 내용을 일기형식으로 쓰게했다. 대신 약속을 충실히 지키면 어머니가 선물을 사주기로 약속했다.

처음엔 짜증을 부리던 혁순이는 TV로 본 내용을 대화와 글로 풀어가면서 서서히 어른과의 대화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복병이 숨어있었다. 설날 부산 할아버지댁에 놀러갔다가 어른들과 휩싸여 TV를 보더니 다시 자제력을 잃고 원상태로 돌아가 버렸다. 2주일간 들였던 공이 3일간의 연휴로 무너진 것.

매체교육은 결국 어린이 혼자만으론 불가능하고 가족 전체의 계획적 시청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주는 순간이었다.

제작진은 그런 혁순이에게 다시 시청일기를 쓰도록 했지만 혁순이의 시청습관은 고쳐지지 않았다.

마지막회를 맞은 이번 주 혁순이는 방송현장을 직접 체험한다. 만화 ‘포켓몬’의 더빙현장을 관찰함으로써 어딘가에 실제 포켓몬이 살고있다고 믿는 혁순이의 의식을 바꿔주기 위해서다. 과연 혁순이는 TV중독증에서 벗어나게 될까. 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고있는 이창현 국민대교수는 이번 실험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한다.

“혁순이의 중독증세를 말끔히 치유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지만 무의식적인 TV 시청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또 이를 치유하기 위해선 온 가족의 시청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렸다는 점에선 성공입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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