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영화계 뉴스]막 오른 제51회 베를린영화제

  • 입력 2001년 2월 8일 18시 29분


‘문앞의 적’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병사 140명을 사살한 러시아 저격병의 영웅담. 그럼에도 행사장에는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 영화가 최근 유럽 영화산업의 전초기지로 각광받는 베를린에서 촬영됐기 때문일까.

올해 경쟁부문에 오른 15개국 24편의 작품 중에는 90년이후 6편(합작영화 포함)의 대상 수상작을 배출한 할리우드의 강세가 여전히 돋보인다.

올해 아카데미 감독상의 유력한 후보인 스티븐 소더버그(‘트래픽’), 흑인 감독의 자존심 스파이크 리(‘뱀부즐드’) 등 화려한 라인업이 눈에 띈다.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는 ‘양들의 침묵’의 속편인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한니발’이다.

중량감은 떨어지지만 욱일승천의 기세를 타는 아시아영화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한국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주제가 ‘동서화합’을 기치로 내걸었던 베를린영화제의 전통적 취향에 부합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계영화를 강타하는 황사바람을 타고 중국 왕샤오슈아이 감독의 ‘베이징 자전거’와 대만 린 친 센감독의 ‘빈랑나무의 미녀’도 경쟁부문에 올랐다.

12편이나 오른 유럽영화의 강세도 만만치 않다. 마야전설에 기초한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초컬릿’과 지중해를 무대로 아름다운 과부와 마을 소년의 사랑을 그린 주세페 토르나토레감독의 ‘말레나’는 이들 감독의 열혈 팬들을 설레이게 하고 있다.

올해에는 평생공로상을 받는 배우 커크 더글러스를 비롯, 스탠리 큐브릭, 프리츠 랑 감독의 회고전 및 특별전도 마련된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베를린영화제를 떠나는 모리츠 데 하델른 집행위원장이 지난 20년간의 상영작 가운데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고른 ‘모리츠의 선택’행사도 화제다.

조직위측은 18일까지 열릴 올해 영화제에 100여개국 1만4000여명의 게스트를 비롯해 총 40만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베를린〓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