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가족의 소중함 일깨우는 동화<빅베어>

  • 입력 2001년 2월 8일 18시 37분


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 꿔봤을 법한 동화다. 남들은 다 무서워 벌벌 떠는 곰 그리즐리와 우정을 나누게 된다면 그 느낌은 인간과의 교감보다 훨씬 더 강렬하지 않을까. <빅베어>는 숲의 제왕인 곰 그리즐리와 사냥꾼 아빠(브라이언 브라운)를 둔 꼬마 해리(대니얼 클락)의 눈물겨운 교감을 그린 어린이용 모험영화다.

이미 반백의 노인이 된 할아버지 해리(리처드 해리스)가 손자들에게 들려주는 스펙터클한 무용담. 곰 전문가인 그는 손자들에게 어린 시절 모험담 한 토막을 실감 나게 들려준다.

"오래전 내가 너희들만 했을 때, 난 엄마를 잃고 내 인생에서 가장 슬픈 시기를 보내고 있었지."

해리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빅베어>의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세 사람이 쪼그리고 있던 화톳불가에서 환상적인 모험이 벌어졌던 '그때 그 장소'로 이동해간다.

사냥꾼 아버지는 오래 전 그리즐리에게 아버지를 잃었던 불운한 기억이 있다. 그후 아버지는 오랫동안 그리즐리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있었고 드디어 복수를 감행할 시기에 다다른다. 그는 오래 전 자신의 아버지가 그러했듯 아들 해리를 대동하고 숲으로 향한다.

물론 사나운 그리즐리 사냥이 순탄하게 흘러갈 리는 없다. 곰 새끼를 생포한 사냥꾼들이 기쁨에 들떠 있을 무렵 어미 곰 한 마리가 나타나 꼬마 해리를 물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해리는 어미 곰에게 붙잡혀 로키 산맥 언저리로 긴 여행을 떠나고 아들을 찾아 떠난 아버지의 여정이 맞물리면서 영화는 더욱 스펙터클한 모험담으로 변한다.

해리는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숲속의 생존방법을 생래적으로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그리즐리와 교감을 나눌 수 있는지, 그리즐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누가 가르쳐줘서 아는 게 아니라 곰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있기 때문에 해리는 쉽게 그 방법을 배운다. 어른들도 몰랐던 삶의 정답을 아이는 이미 체득하고 있었던 셈이다.

괜히 폼 잡지 않는 이 영화는 이 환상적인 모험담을 통해 아주 말끔한 메시지를 전한다. 아이는 가끔 어른의 스승이 되기도 한다는 것, 동물도 사람처럼 가족을 그리워한다는 것. 이 뻔한 메시지를 통해 <빅 베어>는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다시 묻는다. 그건 바로 가족애이자 더 크게는 '사랑'이다.

백인 우월주의에 빠지지 않고 인디언을 백인보다 더 현명한 캐릭터로 그려낸 것도 독특한 점 중 하나. 어린 해리를 연기한 대니얼 클락, 그리즐리 역을 맡은 실제 곰의 연기가 볼 만하며 영화의 배경이 된 로키 산맥의 광활함도 연신 눈을 즐겁게 해준다. 늙은 해리 역은 <글래디에이터>의 아우렐리우스 황제 역으로 잘 알려진 리처드 해리스가 맡아 열연했다.

황희연<동아닷컴 기자>benot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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