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리’와 ‘공명’. 국악과 양악의 구분을 두들겨 무너뜨리고, 전통과 현대의 경계도 허물어뜨려온 두 젊은 타악그룹이 나란히 무대에 선다.
두 팀은 23, 24일 오후 7시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젊은 국악축제’에서 각기 한 무대씩을 맡아 양보없는 기량과 끼의 대결을 펼친다. ‘공명’이 23일, ‘푸리’는 이튿날 무대에 오른다.
“‘공명’처럼 타악기를 직접 제작해 연주하는 것은 까다롭기 그지 없죠.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세계를 펼쳐보이는 그룹입니다.”(‘푸리’ 리더 원일)
“‘푸리’ 단원들은 기량이 뛰어나고 각자 개성이 뚜렷해 연주할 때 훌륭한 효과를 낳죠.” (‘공명’리더 최윤상)
두 팀의 리더는 비교의 기회를 맞아 서로의 장점을 칭찬했다.
‘푸리’는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 영화 뮤지컬 작곡가로 전방위 활동 중인 원일이 1993년 결성한 그룹. 일본 국제 타악기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국립국악고 후배들을 불러모아 ‘프로젝트 팀’을 결성했다. ‘푸리’란 맺히고 막힌 것을 풀어내 조화롭게 한다는 뜻.
신세대 국악인 답게 ‘푸리’의 무대에는 세계의 감수성이 흘러넘친다. 민속음악의 구성진 선율이 엿보이는가 하면 라틴의 삼바 리듬, 아프리카 토속리듬으로 시시각각 변화한다. 그런 만큼 악기도 ‘전지구적’으로 구사한다. 하와이의 우드블럭이 장구와 장단이 맞아 돌아가고, 아프리카의 민속 북과 연주자의 ‘뺨’까지 때로는 악기가 된다.
후배격인 ‘공명’은 리더 최윤상이 추계예대 후배 세 사람을 끌어들여 1997년 창단했다. ‘푸리’와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르다. ‘푸리’가 세계 각국의 음악적 요소들을 끌어모아 해체한다면, ‘공명’은 아예 기존의 어떤 음악도 의식하지 않는다. 뭐든지 소리로 나오는 것을 연주한다는 것.
최윤상은 “전통음악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에 긍지를 가지지만 이를 의식하고 작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장 큰 특징은 네 명의 단원들이 탁월한 ‘악기 제작자’라는 것. 대나무통을 두드리는 악기 ‘공명’은 그룹 이름이 되기도 한 이들의 트레이드 마크다.
“음악엔 국경이 없다지만 다른 문화권의 선율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죠. 리듬은 문화권을 뛰어넘어 즉각 이해할 수 있는 ‘만국어’입니다.”
원일의 말을 최윤상이 받았다.
“전세계적으로 ‘스텀프’ 등 리듬 공연이 열풍이죠. ‘공명’ ‘푸리’ 도 뚜렷한 나름의 색깔을 추구하면서 기분좋은 리듬세상을 만드는데 한 몫 할겁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