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회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공동경비구역 JSA’(감독
박찬욱)의 상영회가 12일 저녁 7시반(현지시간) 영화제 주상영관인 베를
리날레 팔라스트 극장에서 열렸다.
1600석 규모의 좌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일촉즉발의 판문점 긴장 상
황에서 남북 병사간의 우정을 그려낸 상상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북한군 중사역의 송강호가 초코파이를 들고 “내 소원은 공화국이
남조선보다 더 맛있는 과자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 장내
에서는 극장이 떠나갈 듯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영화시사가 끝난뒤 주연을 맡은 송강호 이영애 김태우 신하균과, 이 영
화에 스위스군인으로 출연한 독일배우 크리스토프 호프리히터, 박찬욱 감
독, 제작사인 명필름의 이은 이사가 직접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박수갈채
에 답례했다.
특히 폭발적 웃음을 끌어낸 송강호와 옥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온
이영애에게 많은 박수가 쏟아졌다.
객석에서 만난 한 관객은 “적대적 관계에 있는 젊은 병사들이 우정을
나눈다는 주제는 비단 한국적 상황이 아니더라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매
력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상영회에 앞서 이날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독일 기자는 “독일 통
일 전에 독일에서 과연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을 표시
하며 “이런 영화의 제작이 가능한 한국사회의 성숙한 분위기에 놀랐다”
고 말했다.
이 영화가 실화에 근거한 것인지, 또 어떻게 그런 대치상황에서 병사들
이 우정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다.
박 감독은 “한국적 상황에 대한 이해없이 이 영화를 이해하기란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독일 관객이 한국 관객과 큰 차이없는 반응을 보여
놀랐다”며 고무된 표정이었다.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한국영화가 초청된 것은 96년 ‘아름다운 청
년 전태일’ 이후 5년만이다. 또 이 영화제에서 상을 탄 한국영화는 61년
과 62년 잇따라 은곰상을 수상한 강대진 감독의 ‘마부’와 신상옥 감독
의 ‘이 생명 다하도록’이 있으며 94년에는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이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탔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포함한 경쟁부문의 심사결과는 현지시간으로 1
8일 발표될 예정이다.
<베를린〓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