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석 규모의 좌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일촉즉발의 판문점 긴장 상황에서 남북 병사간의 우정을 그려낸 상상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북한군 중사역의 송강호가 초코파이를 들고 “내 소원은 공화국이 남조선보다 더 맛있는 과자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 장내에서는 극장이 떠나갈 듯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영화시사가 끝난뒤 주연을 맡은 송강호 이영애 김태우 신하균과, 이 영화에 스위스군인으로 출연한 독일배우 크리스토프 호프리히터, 박찬욱 감독, 제작사인 명필름의 이은 이사가 직접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박수갈채에 답례했다.
특히 폭발적 웃음을 끌어낸 송강호와 옥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온 이영애에게 많은 박수가 쏟아졌다. 객석에서 만난 한 관객은 “적대적 관계에 있는 젊은 병사들이 우정을 나눈다는 주제는 비단 한국적 상황이 아니더라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매력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상영회에 앞서 이날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독일 기자는 “독일 통일 전에 독일에서 과연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을 표시하며 “이런 영화의 제작이 가능한 한국사회의 성숙한 분위기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 영화가 실화에 근거한 것인지, 또 어떻게 그런 대치상황에서 병사들이 우정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다.
박 감독은 “한국적 상황에 대한 이해없이 이 영화를 이해하기란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독일 관객이 한국 관객과 큰 차이없는 반응을 보여 놀랐다”며 고무된 표정이었다.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한국영화가 초청된 것은 96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이후 5년만이다. 또 이 영화제에서 상을 탄 한국영화는 61년과 62년 잇따라 은곰상을 수상한 강대진 감독의 ‘마부’와 신상옥 감독의 ‘이 생명 다하도록’이 있으며 94년에는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이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탔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포함한 경쟁부문의 심사결과는 현지시간으로 18일 발표될 예정이다.
<베를린〓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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